“순진했던 EU 시대는 끝났다…미 의존 말고 힘 키워야”

장예지 기자 2024. 6.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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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1당 유럽국민당 사무총장 인터뷰
유럽의회의 제1정치그룹인 중도우파 계열의 유럽국민당 2인자 타나시스 바콜라스 사무총장. 사진 유럽국민당 제공

“순진했던 유럽연합(EU)의 시대는 끝났다.”

유럽의회의 제1정치그룹인 중도우파 계열의 유럽국민당(EPP) 2인자 타나시스 바콜라스 사무총장은 유럽의회가 나아갈 방향은 유럽의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출신으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의 고문이며, 지난 2022년부터 유럽국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바콜라스 사무총장과 지난달 31일 화상 인터뷰를 했다.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유럽국민당은 1당을 차지하지만, 극우 정당의 의석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실제 투표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유럽국민당은 안정세를 유지하며 의석수를 좀 더 얻을 수 있지만, 사회주의 정당들이 의석을 잃을 것 같다. 중도층 지지는 공고할 것이다. 최근 사람들은 유럽의 그린딜 정책(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한 유럽연합 정책)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그린딜 정책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방법을 물었지만 녹색당 등은 이 문제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다. 또 극우 정당의 부상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자유주의 정부가 실패한 국가들에서 많이 일어났다. (극우의 문제를) 더 큰 이슈로 만들고 있는 건 현재 지고 있는 좌파 진영이다.”

― 선거 이후 유럽국민당은 누구와 연정을 할 것으로 보는가?

“결국 유럽국민당과 사회주의·자유주의 정당, 녹색당은 중도 연정을 구성하고, 유럽의회와 집행위원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할 것이다. 또 이렇게 구성된 다수가 주요 정책 결정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중도를 원하지, 우파 집단의 연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모든 회원국을 대표하는 다수당을 만들어야 한다. 극단주의자들이 아닌, 중도가 모인 다수당 구성에 주력하고 있다.”

― 유럽국민당은 보수개혁연합(ECR) 등 극우 정당과도 협력할 것인가?

“극단주의 세력은 유럽 공동체를 원하지 않고, 이를 파괴하고자 한다. 보수개혁연합 그룹에 속한 폴란드의 ‘법과정의당(Pis)’이 그런 세력으로 우리는 이 당과 함께할 수 없다. 하지만 보수개혁연합 일원이어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이탈리아의 형제들’은 다르다. 선거가 끝나면 보수개혁연합은 서로 연합하려는 과정에서 정당들 간 솎아내기 작업을 할 거라 본다. 유럽국민당은 우파와 공식적으로 연정을 구성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의회 업무와 몇몇 이슈들에 관해선 어느 때건 그들과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좌파의 비판은) 정치적 목적으로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해 흑백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선거 이후 우리와 연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 유럽의회도 좌우 양극화로 협치가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과 전쟁, 에너지 위기 등을 차례로 겪으며 우리가 다루는 이슈들 자체가 매우 심각해졌다. 하지만 이제 순진했던 유럽연합의 시대는 끝났고, 우리는 더 힘을 키워야 한다. 이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방을 예로 들면, 냉전 시대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함께 미국에 안보를 의지했던 시대는 갔다. 우리 바로 옆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고 있고,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딜 정책의 일환인 ‘자연복원법’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해 환경 정책의 후퇴란 지적을 받았다. 그린딜 정책에 대한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유럽국민당 대부분은 (표결 과정에서) 그린딜 관련 법안을 지지했다. 우린 그린딜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민들은 우리에게 보다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다. 자연복원법 재검토는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그린딜과 관련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것이었다. 이건 정치인으로서의 진지한 자세다. 그린딜은 에너지 문제와도 관련되는데, 이 정책이 유럽연합의 경쟁력 강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도 봐야 했다. 환경을 앞세워 그에 대한 대가를 신경쓰지 않고 정책을 실행하면 단기적으론 성공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그렇지 않다. (이 정책으로) 사람들이 직업을 잃는다면, 앞으로 누가 환경을 신경쓰겠는가?”

― 극우 정당들은 더 강력한 이민자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극우의 부상이 유럽연합의 이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유럽은 고령 사회다. 우리는 더 많은 이민자와 젊은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십년간 유럽은 많은 이민자들을 흡수해왔고, 그 수준은 제한된다. 현재 유럽은 보다 엄격한 이민정책을 펴는 데 합의가 돼 있다고 본다. 최근 러시아는 이민을 도구화해 핀란드나 폴란드 등으로 (이민자를 일부러) 보내는 등의 문제도 있다. 우리는 유럽의 완전성을 보전하면서도, 인도적인 망명신청 절차를 운영할 필요를 이야기한다. 극우는 이 문제를 정치적 자본으로 삼아 무관용 원칙, 더 강력한 이민자 정책을 말하고 있다. 이는 건설적 방법은 아니지만 우리는 여기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이 안보에 도움이 될 거라 보는가?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 가입과 관련해) 특별한 사례다. 유럽연합 확대는 유럽연합과 상대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것을 추구하기에 (가입까지) 우크라이나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정 수준의 경제적 기준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기 때문에 이런걸 기대할 수 없다. 회원국들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빨리 유럽연합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공동의 책무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음 유럽의회 회기부터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안보적 지원도 확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가입은 자유와 유럽연합의 영토 보전, 유럽은 하나라는 점에 대한 우리의 책임 의식을 보여줄 것이다.”

―유럽연합과 중국, 미국, 러시아의 관계는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보는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위험회피)을 원한다. 이는 우리의 경쟁력 제고 전략과도 관련된다. 미국도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디리스킹도) 필요하다. 우리는 무역 전쟁이나 갈등은 피하길 원한다. 안보의 측면에선, 나토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유럽 국가들은 스스로를 지키고 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이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 해도 미국과 유럽 관계는 오랜 전통적 관계를 유지해 왔기에 끝내 살아남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으며, 이 기조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유럽연합 내 누군가는 이런 입장을 반대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절대적 소수에 불과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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