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0마리 중 990마리 돌아오지 않았다...30대 직장인이 밝힌 진실

김기범 기자 2024. 6.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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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인이 밝힌, 산양 폐사 진실
30대 정형준씨 정보공개 청구
정부 자료 찾고 담당자에 문의
지난겨울 떼죽음 실태 확인
“당국 책임 회피에 허탈·분노”

지난겨울 멸종위기 포유류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 990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와 폭설의 영향으로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30대 초반 직장인 정형준씨가 지난 4월1일과 지난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산양 실태와 보호 정책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환경부 측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공개된 내용이다.

정씨는 산양들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환경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납득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정씨는 “이번 산양 떼죽음 사건에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하고도 집요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차근차근 정보공개청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4일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정씨의 정보공개청구에 답한 내용과 유선 전화를 통해 답변한 내용의 녹취 등을 보면 국내에 서식 중인 산양 수는 최소 1630개체로 추정된다.

1630마리 가운데 지난겨울 폐사한 산양은 지난달 말 기준 990마리로 확인됐다.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 설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0년 이후 폐사체 수를 합치면 총 1258마리로, 국내 산양의 약 77.18%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체 산양의 4분의 3 이상이 울타리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죽은 셈이다.

정씨는 정보공개청구를 준비하면서 환경부가 2018년 10월 발간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 등을 참조했다. 그는 이 자료에서 산양에 대해 설명한 내용인 “겨울철 먹이 부족과 폭설에 의한 고립 등에 의한 피해 사례가 빈번, 보호 조치가 필요”란 문구를 들어 산양들의 위기를 환경부가 일찍이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떼죽음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산양 떼죽음의 진상을 파헤친 것이다.

환경부는 또 “멸종위기 야생동물 전국분포조사를 통해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분포를 조사하고 있다”며 “위치 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대외 공개 시 밀렵, 무단 채취, 서식지 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대외 공개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떼죽음 이후 산양의 서식 밀도 변화는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산출할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겨울철이 지나 눈이 녹고, 조사가 수월해지면서 민통선 지역 등에서 발견되는 산양의 폐사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폐사체 수는 월별 누적 기준으로 지난 2월 277마리에서 3월 547마리, 4월 750마리로 늘어났다. 발견되지 않았거나 일명 야생의 청소부라 불리며 다른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 까마귀 등이 이미 ‘청소’한 사체까지 포함하면 지난겨울 죽어간 산양의 수는 1000마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산양 떼죽음의 진실’을 파헤친 이유에 대해 “즐겨 여행을 다니던 강원도에서,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이 떼죽음한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추가 정보공개청구, 국회 제보, 권익위 신고, 해당 부처 시정 촉구 등 단계를 밟아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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