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삼성전자 특허소송 관련 ‘영업비밀’, 어떤 내용인지 봤더니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안씨는 삼성전자를 퇴사한 뒤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이 소송과 관련해 안씨는 삼성전자 직원 A씨를 통해 삼성전자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빼냈다는 혐의가 적용돼 구속된 것이다. 앞서 A씨도 안씨에게 삼성전자 ‘영업비밀’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안씨는 지난 2021년 8월 A씨로부터 삼성전자 내부 자료인 ‘테키야 사(社) 현황 보고서’를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테키야는 음성 인식 관련 특허를 보유한 미국 업체다. 안씨는 삼성전자에서 퇴직해 특허관리 전문기업을 세우고 테키야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안씨가 삼성전자 휴대폰과 이어폰 제품이 테키야 보유 특허 18건을 침해한다며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요구하자 삼성전자가 테키야 특허 18건을 분석해 보고서를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 직원과 공모해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IP센터장)./연합뉴스

안씨와 A씨에게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영업비밀 침해)가 적용됐는데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에서 문제된 ‘영업비밀’이 다른 사건들과 차이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독자적 기술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미국 업체의 특허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누설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A씨가 안씨에게 넘긴 자료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구속된 A씨 공소장에 해당 보고서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로 판단된 이유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다른 회사의 특허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해당 특허 매입 여부를 결정하거나 협상 및 소송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 이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특허권리자에게 입수될 경우 삼성전자는 협상 및 소송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돼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보고서를 ‘영업비밀’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리사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비밀로 정하고 있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비밀로 유지되는 생산방법이나 판매방법 등을 의미하는데 경쟁사의 특허 정보를 단순히 기준에 따라 분석·가공한 형태라면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허 정보는 이미 공개된 정보이므로 단순·분석 자료라면 알려지지 않은 정보로 볼 수 없고, 독립된 경제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노재일 상상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이미 공개된 다른 회사 특허를 토대로 작성된 자료이더라도 삼성전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특허 매입가나 협상 방법 등이 담겨있으면 상대 회사가 이를 토대로 유리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변리사는 또 “회사의 물건 납품 가격과 판로에 대한 정보도 ‘영업비밀’로 인정된 경우가 있다”며 “생산 기술이나 공정 등의 정보가 아니더라도 해당 정보가 시장 내 다른 회사에 대한 경쟁 우월성을 제공하는 자료라면 재판부가 독립적 경제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안씨가 설립한 특허관리 전문기업 시너지IP와 테키야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서 지난달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안씨가) 불법적으로 회사(삼성전자) 기밀을 유출해 소송에 활용했다”며 “이는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행위이고, 삼성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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