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이대로 어렵다"…'최고 여성AC상' 1호가 밝힌 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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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 나쁜 기업은 없어요. 핏(Fit, 옷이나 패턴이 몸에 알맞게 잘 맞는 상태)이 맞는 기업, 안 맞는 기업이 있을 뿐이죠."
손미경(43) 젠엑시스 대표는 스타트업 해외 진출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액셀러레이터(AC) 업계에서 몇 안 되는 여성 CEO(최고경영자)인 그는 현재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이사로 K(한국)스타트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젠엑시스는 글로벌 진출 및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수행, 프로그램 참여 기업의 평균 3분의 1 정도가 성과를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비결이 뭘까. 통상 업계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보면 우선 운영사를 선정하고, 이어 서류·면접평가를 통해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을 선정한다. 그러곤 외국에 나가 전시회, IR(기업설명회)피칭, 밋업 등의 행사를 여는데 이때 해외 투자자와 현지 기업들은 "우리가 원하는 기술과 사업모델이 아니"라며 냉소적 반응을 나타내기 일쑤다.
젠엑시스의 접근법은 달랐다. 손 대표는 "우리가 먼저 해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 수요기업과 투자자를 물색하는 사전 시장 조사를 벌인 후 이 결과를 토대로 함께 나갈 한국 스타트업을 선정한다"며 "철저히 수요자 측면의 프로그램 기획을 해야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젠엑시스는 '보스톤 바이오 클러스터'와 함께 하는 현지 진출 프로그램, 존슨앤존슨(J&J)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 실리콘벨리 한인 창업자와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에서 다양한 글로벌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을 지녔다.
◇'노벨상' 꿈꾸던 과학자에서 '대박' 꿈꾸는 투자자로=손 대표는 2021년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한국여성벤처협회로부터 '최고 여성 액셀러레이터상'을 받은 1호 수상자다. 학부 때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서 석사를 밟은 뒤 롯데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할 당시만 해도 노벨상을 목표로 치열하게 연구하는 여성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그러던 그가 주변의 우연한 제안으로 미국 헐트국제경영대학원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게 된다. 이곳에서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중 스타트업 세계와 맞닥뜨린다. 학교 밖에선 실리콘밸리 벤처붐을 온몸으로 느끼고, 교실에선 한인 사업가,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그는 "AC는 내가 다른 누구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력이 화려하다. 송 대표는 미국 AC인 디자인 액셀러레이터 부대표, 케이레츠포럼(Keiretsu Forum, 미국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엔젤투자클럽 ) 한국 지사 디렉터, 브릿지온벤처스 대표 등을 거쳐 2019년 3월 젠엑시스를 설립했다.
◇바이오 전문 AC 꼬리표 뗀다…ICT·ESG 투자포트폴리오 전방위 확장=젠엑시스는 '발굴-초기투자-보육-후속투자-글로벌 진출-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이르는 스타트업 전 주기 지원역량을 보유한 투자형 AC로 알려져 있다. 손 대표는 "빠른 회수가 가능한 초기 기업부터 시리즈 C, 프리IPO 등 레이트 스테이지(Late-stage), 구주까지 기회가 닿으면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젠엑시스는 올초 누적 기준 30개 조합(156억원)을 결성, 총 38개 기업에 투자했다.
젠엑시스는 영국 캠브리지대학 생화학 분야 박사 출신인 이호준 본부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출신인 최슬기 팀장 등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그만큼 해당 분야 투자 비율이 절대적이지만 회사 성장과 혁신을 위해 투자 범주를 차츰 넓혀나갈 계획이다.
손 대표는 "기존에 투자한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전체 50% 정도라면 최근 들어선 AI(인공지능), 2차 전지, 반도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기업으로 '에스유엠(SUM)'과 '익투스AI'를 꼽았다. 에스유엠은 서울대 자율주행팀 출신을 주축으로 한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서울형 올빼미 버스'를 운영했던 곳이다. 익투스AI는 'AI 기반 모듈형 양식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컨테이너 여러 개를 쌓아 빌딩형 스마트양식장을 만들었다. 그는 "익투스AI는 저희가 기술 이전부터 팁스, 후속투자 등 컴퍼니빌더 역할을 통해 고속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 기업"이라고 평했다.
손 대표는 "앞으로 바이오·헬스케어라는 특화 분야 외에 푸드테크, 로보틱스 등 미래산업군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혀 진정한 글로벌 AC로 입지를 단단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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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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