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수율 90%…미 ‘전기차·배터리 벨트’ 꽉 쥔 LG
얼티엄셀즈 제2공장
시뮬레이터 공정 검증하며
배터리셀 제조 공정 자동화
시뮬레이터 활용 직원 훈련
GM 3세대 신규차에 탑재
미시간에 제3공장 건설 중
2년 뒤 양극재 생산도 계획
미·중 갈등에 대선 등 변수
컨트리 음악의 고향으로 유명한 미국 테네시주는 최근 미 동남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벨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제너럴모터스(GM), 닛산, 폭스바겐 등 이름난 완성차 업체들이 이곳에 전기차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LG도 LG에너지솔루션-GM의 미국 내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공장, LG화학의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테네시에 마련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 주도 내슈빌에서 약 60㎞ 떨어진 스프링힐에 위치한 LG-GM ‘얼티엄셀즈 제2공장’을 찾았다. 축구장 35개를 합친 규모(연면적 약 25만7000㎡)의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기본단위인 셀이 생산된다.
지난 3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양산 한 달 만에 수율 90%를 달성하는 등 순항 중인 만큼 구성원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쳤다. 방진복과 마스크, 고글을 착용하고 배터리셀 조립라인에 들어섰다. 공장 내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여러 대의 기계가 뿜어내는 규칙적인 소음과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부품의 모습 등은 여느 제조시설과 비슷해 보였지만,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되다 보니 한적함마저 풍겼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실제 생산라인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한 시뮬레이터였다. 사전에 공장 내 설비·공정 설계를 검증하고 직원들을 훈련하는 데 쓰이는데, 이날도 현장에서 16대의 시뮬레이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김영득 얼티엄셀즈 제2공장 법인장은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초기 단계인 미국 배터리 업계 인력의 숙련도를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하나”라며 “수율과 품질을 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네시를 배터리 전진기지로 삼은 LG의 구상에 발맞춰 LG화학도 차로 1시간이면 닿는 클라크스빌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축구장 240개 크기의 광활한 공장 부지에서 건설 자재를 운반하는 차량과 크레인, 십수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LG화학 양극재 공장은 2026년 6월 양산을 시작해 제2공장에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얼티엄셀즈 제2공장이 제조한 배터리는 캐딜락의 고급 전기차 리릭, 쉐보레 에퀴녹스 등 GM 3세대 신규 전기차에 탑재된다. 공장의 연간 생산 목표는 총 50GWh(기가와트시)로, 순수 전기차 60만대(1회 충전 시 500㎞ 이상 주행)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GM 측 크리스 드소텔스 얼티엄셀즈 제2공장장은 “오랜 양산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의 파트너”라며 “최고급차인 리릭의 성공적인 출시는 두 회사 간 파트너십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2022년 8월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미국 내에 배터리 부품·소재 제조시설을 둔 기업에는 IRA상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온 ‘첨단기술 분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제조업 부활’ 드라이브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12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얼티엄셀즈 제2공장 바깥에도 ‘모든 직군을 채용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LG도 북미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내다보고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오하이오와 테네시에 이어 미시간에 얼티엄셀즈 제3공장을 한창 건설 중이다. 김영득 제2공장 법인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국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자 “북미 지역은 아직 시장침투율이 낮고,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북미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11월 미 대선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배터리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대중 고율 관세로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단기적으로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안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 정책에 부정적이고, 공화당 일각에서는 IRA 폐기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부문에 대해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확보한 것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지원책을 전면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사업 추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중 무역갈등 등 장기적인 불확실성에도 철저하게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등에 업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UAW는 배터리 공장 노동자들도 내연기관차 공장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오하이오 제1공장 노동자들의 경우 지난해 UAW의 지원을 받아 임금 25% 인상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테네시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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