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홈런 시즌 후 강등..‘전체 1순위 기대주’ 토켈슨,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전체 1순위' 기대주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6월 4일(한국시간) 로스터를 조정했다. 팀 내 6순위 유망주인 2000년생 외야수 저스틴-헨리 말로이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로스터로 콜업했다. 2022년 겨울 필승조 불펜 투수인 조 히메네즈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보내며 영입했던 기대주 말로이는 트리플A에서 꾸준히 OPS 0.800 이상의 준수한 성적을 유지했고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새 얼굴이 나타나면 누군가는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법. 디트로이트는 40인 로스터에 말로이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트리플A에 머물던 25세 내야수 버디 케네디를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그리고 빅리그 로스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또 한 명의 내야수를 트리플A로 보냈다. 바로 주전 1루수였던 스펜서 토켈슨이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토켈슨이 마이너리그 강등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토켈슨은 그만큼 입지가 탄탄한, 아니 '탄탄할 수 밖에 없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1999년생 우투우타 1루수 토켈슨은 디트로이트가 2020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선수다. 단 3년 동안 두 번이나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디트로이트는 2018년 투수 최고 기대주였던 케이시 마이즈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2020년 대학리그 최고의 거포로 손꼽히던 토켈슨을 전체 1순위로 선택했다(2019년 애들리 러치맨 볼티모어 지명). 토켈슨은 대학리그 129경기에서 무려 54홈런을 기록한 타자였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며 2021년 첫 프로 시즌을 치른 토켈슨은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모두 거치며 121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267/.383/.552 30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아주 정교한 타자는 아니었지만 장타력은 확실했다. 토켈슨은 2021, 2022시즌 모두 유망주 순위에서 TOP 5에 이름을 올렸고 디트로이트는 대학 신인인 토켈슨을 2022년 빠르게 빅리그로 불렀다.
데뷔 시즌은 아쉬웠다. 110경기에 출전했지만 .203/.285/.319 8홈런 2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입장이 아니었던 디트로이트는 인내하며 기회를 부여했고 토켈슨은 2년차 시즌이던 지난해 확실한 성장을 보였다. 159경기에 출전해 .233/.313/.446 31홈런 94타점을 기록하며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2년차 징크스' 없이 2년차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인 토켈슨은 이제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토켈슨은 올해 완전히 무너졌다. 54경기에 출전해 .201/.266/.330 4홈런 1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결국 마이너리그 강등 수모까지 겪게 됐다. 특히 강등 전 마지막 10경기에서는 37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한 경기에서 3안타(1홈런)을 몰아쳤고 나머지 9경기는 32타수 무안타였다.
모든 면이 나빠졌다. 지난해 50.9%로 높았던 강타비율은 올해 39.2%로 뚝 떨어졌고 데뷔 2년 연속 시속 90마일 이상이었던 평균 타구속도도 올해는 88.8마일로 느려졌다. 지난해 14.1%로 매우 높았던 배럴타구 비율은 올해 겨우 4.5%에 그쳤고 지난해 33.2%였던 스윗스팟 명중율은 올해 27.3%로 낮아졌다. 기대 타율(0.192), 기대 장타율(0.325), 기대가중출루율(0.258) 등 기대지표도 올시즌 하위 10% 이내에 머물렀다.
강점이었던 속구 대처 능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 지난해 토켈슨은 포심을 상대로 타율 0.265, 커터를 상대로 타율 0.355를 기록했다. 싱커 상대 타율은 0.255. 하지만 올시즌에는 세 가지 속구를 상대로 모두 크게 고전했다. 포심 상대 타율이 0.179, 커터 타율은 0.125, 싱커 타율은 0.206으로 떨어졌다. 가장 많이 상대하는 속구를 전혀 공략하지 못한 만큼 당연히 성적은 좋을 수가 없었다.
디트로이트는 일단 토켈슨에게 재정비의 시간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MLB.com에 따르면 토켈슨은 여전히 리그 평균을 한참 웃도는 빠른 배트 스피드를 유지하고 있고 평균 타구 속도도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빠르다. 다만 강한 타구를 효과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선수고 몸상태에 이상이 없는 만큼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타이밍을 찾고 컨택 능력을 다시 가다듬도록 하겠다는 것이 디트로이트의 생각이다.
디트로이트 입장에서 토켈슨은 포기할 수 없는 선수다. '데이브 돔브로스키 시대'를 뒤로한 디트로이트는 육성을 통해 다시 강팀으로 올라서겠다는 팀 기조를 세웠고 인내의 시간을 기꺼이 갖기로 했다. 토켈슨은 마운드의 마이즈, 태릭 스쿠발, 맷 매닝, 타선의 라일리 그린 등과 함께 '강한 디트로이트'의 중심에 서야 할 선수다.
30홈런을 쏘아올린 뒤 급격히 무너졌지만 토켈슨은 여전히 24세로 젊다. 과연 트리플A로 돌아간 토켈슨이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의 잠재력을 다시 폭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스펜서 토켈슨)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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