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실망스럽다" 땅 꺼지는 한숨…'855억' 역대급 먹튀 등극하나? "최악의 계약" 지역 언론까지 등 돌렸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상당히 실망스럽다"
샌프란시스코는 4일(이하 한국시각) 블레이크 스넬을 부상자명단(IL)에 등록했다. 그야말로 초대형 악재. 스넬의 거듭된 실망스러운 행보에 현지 언론에서도 슬슬 날선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스넬은 2016시즌 처음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입단 초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었던 스넬. 하지만 2018년 재능을 만개했다. 스넬은 31경기에 등판해 180⅔이닝을 소화, 무려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당시 스넬은 아메리칸리그 다승왕과 함께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사이영상까지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의 활약을 바탕으로 승승장구를 이어갈 것만 같았던 스넬은 이듬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4.29로 추락했으나,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 열린 2020년 다시 반등하는데 성공했고,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스넬은 다시 한번 '정점'을 찍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둔 지난해 32경기에 등판해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로 활약, 이번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와 함께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양대 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스넬은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FA 대박 계약을 노렸다. 하지만 두 번의 사이영상 수상과 별개로 들쭉날쭉한 제구력과 경기력은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리 만무했는데, 빅리그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은 스캇 보라스가 터무니 없이 높은 몸값을 요구한 탓에 스넬은 좀처럼 행선지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면했다. 스넬은 결국 정규시즌이 임박한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약 855억원)의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행선지를 찾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은 스넬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기에 한 시즌을 뛴 후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넣은 채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스넬의 행보는 '최악'이라고 볼 수 있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스넬은 구단의 배려 속에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았고, 지난 4월 9일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가졌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다. 당시 스넬은 3이닝 3실점(3자책)으로 무너졌고, 3월 한 달 동안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1.57로 추락했다. 급기야 스넬은 내전근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됐고, 한 달이 넘는 공백을 통해 마운드로 돌아왔으나,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다.
스넬은 내전근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3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3⅓이닝 4실점(4자책)으로 부진을 이어갔고, 2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도 4이닝 5실점(4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3일 뉴욕 양키스와 맞대결에서는 4⅔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하던 중 갑작스럽게 이상 증세를 호소했고, 결국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사타구니 타이트함으로 인해 결국 부상자명단에 신세를 지게 됐다.
스넬의 실망스러운 행보에 현지 언론도 슬슬 지쳐가는 모양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4일 "스넬의 짧지만 말 많고 탈 많은 샌프란시스코 계약 기간이 최악의 상태로 돌아섰다"며 "스넬은 양키스와 경기에서 왼쪽 사타구니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심각도를 판단하기 위해 MRI 검사를 받을 예정인데, 스넬은 시즌 초 같은 부상으로 25경기 결장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이번 부상으로 스넬이 경기 출전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부상자명단에서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스프링캠프에서 늦게 계약을 체결한 결과로 인해 지연된 스넬의 데뷔를 포함하면, 스넬은 이번 시즌 그가 활동하는 것보다 더 많이 출전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것이 부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스넬은 한 시즌을 대비해 한 달 내내 메이저리그 수준의 타자들과 꾸준히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스프링캠프를 놓친 것에 한탄하고 있다"며 "스넬의 비정상적인 준비는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6경기 9.51의 평균자책점과 그를 부상당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벌써 두 번의 부상. 스넬을 기용하지 못하고 있는 밥 멜빈 감독의 속은 터진다. 사령탑은 "스프링캠프부터 스넬에게는 매우 고르지 못한 과정이었다. 패스트볼과 커맨드가 더 좋아지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좌절을 겪게 됐다. 스넬 못지않게 우리에게도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스넬이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옵트아웃으로 통해 새로운 행선지를 찾던, 팀에 잔류하는 것에 베스트였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스넬의 옵트아웃 행사 가능성은 매우 낮고,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6200만 달러를 꿀꺽할 수도 있다. 점점 스넬을 향한 날선 비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역대 최악의 먹튀가 탄생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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