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든 서울 학교, 남녀공학 전환 늘어
교육청, 시설비 외 6억 추가 지원
서울 광진구 동국대 사범대 부속 여자중학교는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학생을 받기로 했다. 1930년 개교 이래 94년간 여자만 다니던 학교에 남학생이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이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한 건 여학생만 받아서는 앞으로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 전교생은 10년 전 870명에서 올해 410명으로 반 토막 났다.
학생 수가 줄며 이 주변 남녀공학 학교는 한 반에 여학생이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졌다고 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우리가 계속 여학교로 남으면 주변 학교의 성비 불균형도 심해지기 때문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학교와 붙어있는 같은 재단 여자고등학교도 내년부터 남학생을 받을 예정이다.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려는 단성(單性)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서울시교육청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고 신청한 학교가 4일까지 총 7곳이다. 작년엔 총 3곳이 전환을 신청했는데 올 들어 대폭 확대된 것이다. 1년에 1~2건에 그친 전환 관련 문의도 올해는 10여건이 걸려왔다고 한다. 현재 서울시의 전체 중·고교 708곳 중 단성 학교는 34%(241곳)다.
올 들어 남녀공학 전환 신청이 늘어난 건 생존을 위해 학교들이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데다가 서울시교육청이 지원금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기존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 시설 개선비만 줬는데 올해부터는 추가로 3년간 6억원을 주기로 했다. 교육청 측은 “학생 수가 급감하는데 단성 학교가 많으면 인근 남녀공학에 성비 불균형이 심해지고, 집 근처에 단성 학교만 있으면 성별에 따라 먼 학교를 가야 할 수도 있다”면서 “지원금을 확대하자 남녀공학 전환 신청이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전환을 신청한 곳들은 대부분 여자 학교다. 남학교는 ‘공학이 되어 여학생과 함께 다니면 내신 점수 따기 불리하다’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곳이 많아 동문들 반발이 거세다고 한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단성 학교는 늘어날 전망이다. 종로구 A여고는 10년 전 300명 수준이었던 신입생 수가 올해 110명대로 떨어지며 남녀공학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는 올해 남녀공학 전환을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학내 공론화 과정에서 “당장 내년부터 받기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여론으로 인해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 대부분이 남녀공학 전환엔 찬성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50만명에서 2040년 412만명으로 줄어든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마다 적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학교 통폐합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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