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주가조작 계좌 동원 알고 있었다면 ‘방조죄’ 걸릴 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전주 손아무개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하면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도 같은 혐의를 적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지난달 16일 전주로 기소된 손아무개씨 등에게 예비적 공소 사실로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한다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손씨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에 편승하여 주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은 이 판결문을 근거로 항소심에서 손씨에 대해 “적어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하락을 방지해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가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조작 공범의 혐의를 법원에서 인정받기 위해 수사기관은 ①주가조작 일당들과 직접 매매 시점을 상의하거나 지시받는 등의 의사소통(의사연락)을 하면서 ②시세조종 행위를 한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 시세조종 방조 혐의의 경우에는 ①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②정범(범죄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충분하다. 이 때문에 방조 혐의는 공범보다 증명하기 수월하고 법원에서도 더 쉽게 인정된다.

김 여사의 계좌 거래에서 시세조종 행위가 일어났다는 점은 이미 법원이 인정한 상태다. 1심이 유죄로 본 통정·가장매매는 총 102건이었는데, 이 중 48건이 김 여사 계좌의 거래였다. 따라서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게 규명되면 방조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범행이 이뤄진 시점이 2009년 12월~2012년 12월로 상당히 오래전이라 검찰도 직접 증거를 확보하거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를 일당에게 소개한 권 전 회장도 김 여사와의 의사연락은 없었다(주식을 매수하라거나 매도하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는 입장인데다, 권 전 회장은 본인의 범행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들의 시세조종 행위에 관여됐음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는 많기 때문에, 검찰이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하며 쟁점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법 사건을 여러차례 맡았던 김광중 변호사는 “정황만 가지고 ‘시세조종을 알았다’는 방조의 고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기관에서는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피의자를 신문하며 증거와 진술 간에 모순점을 찾아서 부인하는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증하게 된다. 이는 검찰의 중요한 수사기법 중 하나”라며 “이 때문에 김 여사 직접 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