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폐지…과학계 "관료·부처 입김 커지는 것은 우려"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 2024. 6. 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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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16년 만에 전면 폐지
1천억 대규모 사업은 '보완 절차'
과학계, 우려와 기대 교차
대형 R&D 사업 투자·관리 방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연구개발(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16년 만에 전면 폐지된다. 다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1천억 이상의 대규모 R&D 사업은 사업 성격별로 '맞춤형' 심사를 한다는 후속 대책을 내놨다.

예타 16년 만에 전면 폐지…1천억 이상 사업은 '보완 절차' 마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4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관리 시스템 혁신방안'을 최종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 폐지' 방침을 발표했고 이날 세부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1천억 원 미만의 신규 R&D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 심의만 실시한다. 정부는 500억~1천억 원 규모의 신규 사업 착수는 예타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천억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의 경우에는 예산 요구 전년도 10월 부처로부터 사업추진계획을 미리 제출 받아 민간 전문가들의 '사전 전문검토'를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이후 3월 검토 결과를 통보해 부처가 사업 기획을 보완하고 예산 요구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 대형 연구시설 구축이나 위성·발사체 등의 체계개발사업은 심사를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1단계인 기본계획심사에서는 사업 추진 필요성을 검토하고, 2단계인 추진계획심사에서 사업 착수를 결정한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예타 제도 폐지의 핵심은 부처에 있다"면서 "부처가 기획을 해오고 지출 한도 내에서 담아오기 때문에 부처에서 어느 정도 기획이 무르익어서 가져와야지 자신이 없으면 가져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 본부장은 "부처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쉽게 사전검토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강화되는 측면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부 입김 더 세질 것", "연구현장 유연성 담보" 우려와 기대 교차


과학계에서는 정부 입김이 더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연구 현장의 유연성이 조금 더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했다. 수천억원대 규모에 달하는 R&D 사업이 예타 없이 통과되면 하위 사업에서 부정이 발생하는 일을 막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연구기관이 기업에 사업을 위탁하고 해당 사업 일부를 특정한 교수에게 주거나 연구기관이 해당 기관 출신 교수에게 과제를 몰아주는 경우 등이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예타는 전문가들이 기술적 부분과 경쟁력 부분을 검토하는 게 목적인데 예타가 폐지될 경우 관료들의 예산 편성 권한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당장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연구를 하는 곳은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아무런 견제나 검증 장치 없이 대형 연구개발사업이 부처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비효율과 카르텔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속도전이 중요한 과학기술 개발에 예타가 걸림돌이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예타 폐지와 이에 따라 진행되는 후속 대책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면서 "과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가 안착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은 변수다. 예타 폐지는 국가재정법 38조 개정 사항이어서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달 논평에서 "연구자 의견을 반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 무턱대고 폐지하란 뜻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 법령 체제 내에서 예타 면제와 신속조사 확대 등을 통한 신속 착수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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