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명 ‘대왕고래’… 시추 전문 노르웨이社와 계약
경북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배럴 석유·가스 매장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광개토’팀이 글로벌 해양 시추 업체 ‘시드릴(Seadrill)’과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2월부터 시추선을 투입한다. 정부는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영일만 일대에 ‘대왕고래’라는 비밀 프로젝트명을 부여하고 철통 보안으로 탐사를 진행하다 지난 3일 관련 정보를 발표했었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탐사·시추의 첫 단계인 ‘시추공(試錐孔)’ 작업을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하고 최근 시드릴과 계약했다. 시드릴은 글로벌 석유 업체를 대신해 심해 석유를 전문적으로 탐사하는 회사다. 석유공사와 시드릴은 3200만달러(약 440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40일 동안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를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시추에 활용하게 된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 1000억원 정도 자금이 소요되는데 일단 첫 번째 시추공에 대한 계약으로 알려졌다.
영일만 탐사·시추를 앞두고 ‘시추 성공률 20%’ ‘자원 개발 성공 가능성 10%’ 등의 의미는 무엇인지, 현재 영일만 석유·가스 개발은 어느 단계인지 전문가 의견을 통해 짚어봤다. 영일만 앞바다는 ‘지질 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신생대 3기 층으로 분류돼, 천연가스나 석유 매장 가능성이 꾸준히 나왔다.
◇청진기-X레이 확인 거쳐 내시경 단계가 ‘시추’
시추공 작업은 해당 지역에 석유 등 자원이 존재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탐사·시추’에 해당한다. 일종의 내시경 검진이다. ‘청진기’ 검진과 비슷한 1단계 지질 조사(항공기·위성을 활용한 지형·지질 구조 탐사)와 ‘엑스레이’ 격인 2단계 물리 탐사(탄성파를 발사 후 돌아온 반사파를 분석해 자원 매장 여부 확인)의 다음 단계다.
아직 영일만 심해 지하에 묻혀 있는 석유·가스를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물리 탐사 결과로 ‘가능성’을 확인했고, 경제적으로 생산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시추가 필요하다”며 “시추공 5개를 동시에 뚫는 게 아니라 2개를 우선 시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3개를 더 추가하는 단계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20%’ 시추 성공률은?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시추 성공 가능성은 북해 유전이 3%였고, 통상 10%만 돼도 우수하다고 평가하는데 이번엔 20%라 아주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80% 실패하는 사업이 무슨 말이냐”는 오해를 빚기도 했다.
석유·가스 시추는 ‘비트(Bit)’라고 불리는 회전 굴착기를 이용해 해저 수천m 깊이에서 구멍을 뚫어 석유 존재를 확인한다. 여건에 따라 수직 각도뿐 아니라 휘어진 형태의 시추공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건공(乾孔·석유 또는 가스가 나오지 않는 시추공) 가능성도 크다.
특히 한 번도 탐사 시추가 없었던 지역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와일드캣’ 시추는 가능성이 더 낮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시추 성공 가능성 20%’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2004년 성공한 동해 가스전도 11번 시추 끝에 발견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시추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부담은 있겠지만, 자원 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이 많이 이뤄진 북미나 유럽이 아니라 인프라 여건은 걸림돌로 꼽힌다.
◇시추 성공해도 상업 생산 경제성 따져봐야
시추공을 뚫어 석유·가스 존재를 확인하면, 다음 과정은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정 시추다. 시추공 여러 개를 더 뚫어 가스전의 크기와 구조를 파악하고, 매장량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내시경을 통해 눈으로 확인한 뒤, 본격적인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시추에 성공하더라도 평가정 시추를 거치며 매장량이 예상보다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또 매장량이 많다고 해도 투자비와 생산량 등을 고려한 경제성은 별개다. 한 지질 분야 교수는 “동해 가스전 주변에도 석유와 가스가 확인된 지역이 있었지만,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생산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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