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한달' 타보니…월 3만원에 1200㎞ '거뜬'

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2024. 6. 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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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한달 장기 시승기
내연기관차 대비 뛰어난 경제성
값싼 충전비…주행거리도 만족
충전 인프라의 불편함은 숙제
전기차, 캐즘 넘고 대중화 페달
전기차 한달 타기 캠페인으로 시승한 폴스타2. 윤준호 기자

한때 대세를 넘보던 전기차가 올 들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데엔 '불편하다'는 일반의 인식이 상당 부분 깔려있다. 짧은 주행거리와 번거로운 충전 환경에서 비롯한 '불편함'이 전기차 구매를 머뭇거리게 하는 큰 이유인 것이다.

판매량 저조로 대표되는 전기차 시장의 침체 현상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침체기를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라고 분석하지만, 캐즘도 장기화하면 대중화를 담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는 이같은 캐즘 우려가 커지는 속에 지난 4월 '전기차 한달 타기' 캠페인을 마련했다. 협회 소속 기자들이 전기차를 한달 동안 시승하면서 전기차의 장단점과 충전 인프라 등 환경을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평소 내연기관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기자도 추첨으로 선정돼 캠페인에 참여했다.

전기차의 매력, 역시나 경제성

거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퇴근 후 밤사이 전기차를 완충한 내역. 충전요금은 9846원, 충전시간은 7시간58분을 가리키고 있다. 윤준호 기자

한달 동안 시승한 차량은 전기차 폴스타2다. 모델은 기존보다 높아진 마력에 전비도 개선한 '업그레이드 폴스타2' 롱레인지 듀얼 모터였다.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379㎞로, 공식 전비는 4.3㎞/㎾h다. 배터리 용량은 78㎾다.

전기차를 장기 시승하면서 맛본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경제성이었다. 평일 서울 시내를 출퇴근하는 용도 이외에 주말에는 근교로, 두번은 지방으로 장거리 운행도 비교적 자주 가졌다. 한달 간 달린 거리만 1200㎞가 훌쩍 넘는다.

본래 소유하고 있는 내연기관 차량도 연비가 좋아 두달에 세번꼴로 주유하면 약 1200㎞를 주행할 수 있는데, 요금 차이는 꽤 컸다. 기존 차량의 한달 유류비가 13만원 안팎이라면 전기차는 3만원 정도로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한달 간 시승하면서 충전한 횟수는 3회. 완속 충전시 한번에 약 1만원이면 거뜬했다.

충전 요금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50% 할인도 쏠쏠했다. 평소 월 5만원 정도 나오던 하이패스 카드 대금은 2만원 초반대로 줄었다. 혼잡한 주차장에서 친환경차 전용주차구역이 주는 편리함은 덤이었다.

주행거리도 넉넉했다. 폴스타2의 공식 주행가능거리는 1회 충전시 379㎞이지만, 실제 완충시 주행가능거리는 430㎞에 달했다. 서울에서 충청권까지는 1회 충전으로 거뜬히 왕복할 수 있어 주행거리상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가속성과 정숙성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주행 내내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 참고기사 : "안정적인데 폭발적이다"…한달 타본 폴스타의 '반전' 매력 / 24. 5. 30.)

충전의 불편함, 여전히 숙제

고속도로 휴게소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주말이나 연휴에는 차량이 몰려 충전 대기시간이 다소 길었다. 윤준호 기자

물론 불편함은 있었다.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 시설이 갖춰져 있어 평소에는 퇴근 후 밤사이 완속으로 충전하면 다음날 오전 완충 상태로 다시 주행할 수 있었지만, 집 밖으로 나서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빈번했다.

특히 1박2일 일정으로 장거리 여행을 다녀올 때 숙소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없어 가는 길이나 오는 길에 충전소를 찾아 들러야 하는 부분에서 번거로움이 가장 컸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 전기차 충전기 기수가 35만대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지방이나 외진 마을에서는 여전히 충전소를 찾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도 주말이나 연휴 때면 몰려드는 차량 탓에 대기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충전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하는 곳이 많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충전을 하려고 본래 길보다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와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늘어나면 어느새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충전의 불편함 때문이라는 한 여론 조사가 떠올랐다. 전기차가 대중화 궤도에 오르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과 충전 속도 향상으로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임을 체감했다.

캐즘?! 전기차, 그래도 달린다

폴스타2의 완충시 주행가능거리. 1회 충전시 최대 430㎞까지 달릴 수 있다. 윤준호 기자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전기차가 캐즘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일부 우려와 달리 전기차 시장의 성장동력은 아직도 건재하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최근 수요 둔화를 맞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면이 있지만, 전기차를 앞세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선점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1200만대 규모로 성장세 회복이 예상된다. 높은 차량 가격과 고금리 부담·신차 효과 부족 등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를 야기한 복합 요소들이 올해 들어 차츰 해소되면서 판매량을 대폭 견인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관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적 흐름에서 미래 자동차 시장의 지향점은 결국 전동화 전환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수요 둔화는 앞서 수년간의 빠른 성장으로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부족한 것일 뿐, 침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실 이호 책임연구원은 '자동차 산업 현황과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9월 68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4% 성장했다. 이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매우 높은 성장"이라며 "(최근 수요 둔화는)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이 정상적인 궤도에 복귀하는 과정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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