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의 귀농직설] 친환경에 친화적이지 못한 감귤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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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하지 마세요. 감귤나무 다 죽여요."
내가 사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농부들은 친환경농사를 극구 말린다.
이웃마을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현씨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뜨면 곧바로 방제분무기를 돌린다.
친환경 감귤농사의 경험을 나누는 공부모임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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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재 비싸고 수확량 적어 한계
농법교육 체계·정부관심 등 부족
환경대책 관점으로 지원 확대를
얼마전 더뎅잇병 우리 밭에 퍼져
결국 농약 방제…시행착오 연속
“친환경 하지 마세요. 감귤나무 다 죽여요.”
내가 사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농부들은 친환경농사를 극구 말린다. 농약 없이는 병해충을 잡지 못하고, 여러해 병과 해충에 시달리다보면 나무가 결국 죽어간다는 것이다. 이웃마을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현씨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뜨면 곧바로 방제분무기를 돌린다. 물론 친환경 약제를 뿌린다. 비가 그치면 또 방제에 나선다. 빗물을 타고 병해가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매일 뼈를 갈아넣는다”고 말한다.
친환경 감귤농사의 경험을 나누는 공부모임에 나간다. “친환경을 시작한 초보 농부”라고 자기소개를 했다가 선배 농부한테 한소리를 들었다. “농사에 이골이 난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친환경인데, 당신처럼 쉽게 달려들었다가 농사 망치는 사람 때문에 친환경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말이었다.
20여년 전 가시리에도 친환경 열풍이 불었다. 젊은 농부 12명이 ‘반딧불이’라는 친환경작목반을 결성했다. 10억원 넘는 연매출을 올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10여년 만에 작목반은 해체됐고, 다시 관행농사로 모두 돌아갔다.
작목반을 이끌었던 김산현씨는 ‘반딧불이 실험’의 실패를 지금도 안타까워한다. “우리 작목반원들 자부심이 정말 높았어요. 친환경 5년 하니 생태계가 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개구리도 메뚜기도 뱀도 찾아오고, 아 이게 정말 농사구나 싶었지요.”
- 작목반이 실패했던 이유가 뭔가.
▶노동력이 엄청나게 더 들어가고 친환경 농자재 값은 몇배 더 비싸다. 그런데 수량은 훨씬 적다. 땅속에 화학비료 양분이 남아 있는 친환경 초기에는 60∼70%의 수량이 유지되지만 5∼6년이 지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아무리 친환경이라도 소비자들이 1.5∼2배 가격을 지불하겠나. 자존심으로 버티다가 결국 무너진다.
- 친환경으로 농사지으면 감귤나무가 죽게 되나.
▶나무가 왜 죽나. 방치하니까 죽는 게지, 과장된 속설이다. 다만 동물의 병과 달리 나무의 병은 한번 걸리면 완치가 안된다. 그래서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 친환경은 몇배 더 노력이 필요하다.
- 친환경은 배우기도 어렵다. 농업기술센터나 농협을 가도 매뉴얼이 없다.
▶친환경 감귤농사는 표준이 없다. 교육도 체계가 잘 안 잡혀 있다. 농업기술센터 강사들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검증 안된 내용이 많다. 여전히 정부 실력이 농가 실력을 따라잡지 못한다. 관심도 모자란다. 농가 스스로 배우고 익히면서 친환경 농사법을 정립해 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친환경농사를 살리자면 정부의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 농업 차원을 넘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환경을 살리는 실질적인 환경 대책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의 농업 예산만으론 한계가 있다. 친환경농부들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환경 예산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곰팡이병의 일종인 더뎅잇병이 우리 감귤밭에 확 번졌다. 일단 퍼지고 나면 친환경 방제로는 잡기 어렵다. 비가 많은 7∼8월 병을 잡는 데 주력하고 가을 무렵부터 다시 친환경에 들어가라는 선배 농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눈물 머금고 첫 농약 방제를 했다.
평생을 먹물로 살다가 전업농의 길로 들어섰다. 초보 감귤 농사꾼의 길이 멀고 험하다.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김현대 농사저널리스트·전 한겨레신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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