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냐 사직이냐' 기로에 선 전공의…"안 돌아간다, 의료붕괴 서막"
"노예 인정하고 기어 들어오라?", "갈라치기 하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고 복귀하면 행정처분을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전공의들은 복귀와 사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병원장들은 5일부터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뿐더러 한국 의료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이탈 전공의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 그리고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면서 전공의 사직서 수리 권한은 각 수련병원장에게 돌아갔다.
각 병원은 소속 전공의들을 상대로 복귀를 설득하며 의향을 파악하고, 복귀 의사가 없으면 사직서를 수리하는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현장 의료진은 지쳐가고 중증질환자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사직서 수리를 허용해달라는 현장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사직을 택하는 전공의는 수련병원과 계약 관계가 끝나 다른 의료기관에 취직하거나 개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문의 수련에는 불이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 규정상 수련 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간 같은 과·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그만둔 뒤 전문의 취득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달 중 사직하면 2025년 6월부터 전공의 계약 자격이 생기나 통상 3월 1일부로 시작돼 9월에는 결원만 채우는 관례에 따라 내년 9월, 혹은 2026년 3월에야 다시 전공의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는 정부나 병원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최악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했던 1만 명에 가까운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을 떠날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조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사직서 수리 처리 기한도 정하지 않았다. 복귀에 따른 여러 제도 개선 등의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너무 늦지 않게 결정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정갈등 봉합 적기를 놓친 채 정부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꼼수'를 내놨다고 평가한다. 이번 사태는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한국 의료 붕괴의 서막이라고 경고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다. 노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머리 숙이고 기어들어 오라는 말이지"라며 반발했다.
전공의들은 정부 발표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바뀐 게 없고,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갈라치기 하려고 한다', '주변에 돌아가겠다는 전공의 거의 없다'는 반응을 올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전협 내부에 "힘내자. 학생들도 우리만 지켜보고 있다"면서 "결국 달라진 건 없다. 저는 안 돌아간다. 잡아가도 괜찮다"고 공지했다.
박 위원장은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 전공의들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4일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며 "사직한 전공의들이 정부를 어떻게 믿고 돌아오겠는가"라고 밝혔다.
의협은 오는 7일까지 전 회원을 상대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집단행동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를 확인하고 휴진 등 투쟁에 동참할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의협은 이날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및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다.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인 총파업 투표를 6일 오전까지 진행하고, 6일 중 결과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총파업에 나설 경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분야를 제외한 전체 외래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수도권 소재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탈은 대의를 위한 것이고, 그 결정은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강력한 바람이기에 아직 병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전공의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들) 2000명을 한꺼번에 늘리는 이유를 외면하고 궤변에 동조할까.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사태가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 의료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