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마을·이웃 일엔 눈치껏 소통하며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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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일이나 이웃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음에 상처를 입는 귀촌인들을 종종 본다.
어지간한 마을 일에는 잘 나서지 않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최소화하며 살고 있다.
자재를 사서 일을 시작하는데, 마을 이장이 이렇게 바꿔달라 요구했다.
적극적으로 마을과 이웃의 일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치껏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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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잘난 체하는 인간’ 될수도
적당한 거리서 어울려 사는게 좋아
마을일이나 이웃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음에 상처를 입는 귀촌인들을 종종 본다. 잘하려다, 열심히 하려다 뒤탈이 생기는 사례도 많다.
마을 사람들이 같이 하자며 청하기도 하고, 의견을 묻기도 한다. 부탁도 한다. 이때 상대가 정말 몰라 그러는 건지, 정말 부탁하는 것인지에 대한 분위기 파악을 잘 해야 한다. 큰 의미 없이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고, 분위기를 떠보는 것일 수도 있다. 눈치 없이 이렇게 하면 되고, 이렇게 고치면 좋겠다며 성의껏 침을 튀기다보면 어느 순간 잘난 체하는 인간이 돼 있다. 열심히 하겠다며 달려들었다가는 자기 멋대로 하는 놈이 될 수도 있다.
A씨는 귀촌한 지 오래됐다. 어지간한 마을 일에는 잘 나서지 않고,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도 최소화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최근 헛발질했다며 하소연했다. 그의 사연은 이랬다.
옆 마을 이장을 비롯한 몇사람이 마을의 빈 건물을 이용해 카페를 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군청에서 지원받은 예산이 있어 그걸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건물 인테리어는 물론 카페 운영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 성의껏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A씨는 꽤 유명한 시골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알아서 카페를 오픈할 수 있게 해달라며 사정했다. 카페를 하기에는 턱없는 예산이었지만 A씨는 도와줄 마음으로 나섰다. 자재를 사서 일을 시작하는데, 마을 이장이 이렇게 바꿔달라 요구했다. 어떤 날은 마을 책임자란 이가 나서서 이건 직접 한다며 견적에서 빼라고도 했다. 인근 도시에서 카페를 한다는 마을 사람의 아들이란 이가 나타나, 커피머신은 이걸 쓰기로 했다며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머신기도 가져다 놓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던 사람들이 페인트 색까지 간섭했다.
결국 A씨는 계약은 이렇고, 언제 이런 말을 나눴고, 이렇게 해달라 해서 이렇게 했다고 앞뒤 사정을 설명한 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확하게 얘기하라 했다. 마을 이장이든 책임자든 누구도 답이 없었다. 손을 떼겠다 하자, 그제야 이장과 책임자란 이가 나타나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테니 알아서 마무리 지어달라 했다. 그러고도 말이 달라졌다. 주고받았던 문자 내용까지 다 꺼내 놓고 따져도 정리가 안됐다. 도울 마음으로 나섰는데 결국 A씨는, 주민들 말 안 듣고, 무시하고, 잘난 척하고, 돈만 달라고 하는 사람이 됐다.
“내가 만들어 준 간판은 떡하니 붙어 있는데 카페 문은 늘 닫혀 있어요. 카페 할 생각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걸 할 사람도 없었고요.” A씨의 하소연이다.
B씨는 귀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름만 있고 활동이 없는 지역 문학단체 회장을 만났다. B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난 회장은 B씨에게 사무국장 일을 해달라 부탁했다. 지역 사람들도 사귀고, 지역을 위해 봉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수락한 후 열심히 일했다.
무보수였기에 자신의 돈을 써가며 열심히 해 주목받는 단체가 됐다. 그렇게 자리를 잡자 하나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잘했다고 박수쳐놓고도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묻고 따졌다. 계획서를 만들고 이렇게 하자고 해 마무리한 일을 두고 회장이란 이는 왜 그렇게 했느냐고 따졌다. 결국 B씨는 혼자 신나 자기 멋대로 잘난 체한 사람으로 뒷말을 듣고 끝냈다.
시골서 살아보면 뭘 열심히 하려다 망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적극적으로 마을과 이웃의 일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치껏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분수껏 어울려 사는 것이 답이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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