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따로, 현실 따로 노는 농작업 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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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 농작업 현실과 관련 법이 따로 노는 현실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농정연구센터가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제자는 '농작업 위탁'을 '농지법'상 '위탁경영'으로 분류할 경우 '농지법'의 농지 위탁경영 금지에 저촉되는 만큼 광범위한 농작업 위탁 현실을 반영해 위탁경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탁경영의 정의와 금지 규정을 연결하면 현재 농가의 농작업 위탁은 위탁경영이 돼 수많은 농가가 '농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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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가치·이용증진 조화 정비 시급
농가의 농작업 현실과 관련 법이 따로 노는 현실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농정연구센터가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제자는 ‘농작업 위탁’을 ‘농지법’상 ‘위탁경영’으로 분류할 경우 ‘농지법’의 농지 위탁경영 금지에 저촉되는 만큼 광범위한 농작업 위탁 현실을 반영해 위탁경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지법’ 제2조는 “농지 소유자가 타인에게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농작업의 전부 혹은 일부를 위탁하여 행하는 농업경영을 말한다”며 위탁경영을 정의하고, 제9조는 “농지 소유자는 소유 농지를 위탁경영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탁경영의 정의와 금지 규정을 연결하면 현재 농가의 농작업 위탁은 위탁경영이 돼 수많은 농가가 ‘농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 된다.
농작업 기계화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벼농사의 경우 농작업 위탁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벼 재배농가 절반 이상이 농작업을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내기는 69%, 벼 베기는 77.9%가 ‘전부 위탁’ 방식으로 일정 보수를 주고 농작업을 대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벼 재배농가 열에 여덟 정도가 ‘농지법’ 9조를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농업인이 자기 노동력이 부족하여 농작업의 일부를 위탁하는 경우”라는 제9조의 위탁경영 금지 예외조항은 더 문제다. 농작업 위탁이 제9조에 위배되더라도 ‘일손 부족’만 내세우면 법망을 피할 수 있어 도대체 이런 법 규정이 왜 필요한지 농가들도 헷갈린다. ‘자경(自耕)’을 대원칙으로 한 ‘농지법’이 농작업 위탁을 자경이 아니라 자영(自營)으로 정의한 데 따른 불부합(不符合)이다.
‘농지법’ 관련 규정이 농지의 소유와 경영 일치라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헌법적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농작업 위탁은 농지 소유자의 경영행위이자 ‘농지 임대차’와 달리 농지 사용의 수익이 소유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경자유전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농민은 늙고 일꾼은 줄고 농작업은 기계화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농지개혁 당시 농지분배 근거였던 ‘근로능력’에 얽매인 ‘자경’만 고집할 셈인가. 농지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면서 이용 증진을 통한 농지 생산력 유지에 맞춘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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