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슨이 떠나는 이유는 못 받은 급여... “나는 노예가 아니다”

이영빈 기자 2024. 6.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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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사이드]
지난 4월 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외국선수 MVP를 수상한 원주 동부 디드릭 로슨이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뉴시스

디드릭 로슨(27·미국)은 2020년부터 한국농구연맹(KBL) 리그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엔 원주 DB에서 21.8점 9.8리바운드 4.5어시스트로 활약하면서 팀을 정규 리그 1위에 올려놨다. 외국 선수 최우수 선수(MVP)도 받았다. 한국 귀화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돌연 DB와 재계약을 거절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DB 시절 연봉 50만달러(약 6억8000만원) 2배인 100만달러(약 13억6000만원)를 제안한 중국 리그에 관심이 쏠린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실제론 고양 데이원 시절 급여 체불 문제를 놓고 한국 농구 행태에 마음이 상한 게 진짜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슨은 2022-2023시즌엔 고양 데이원에서 뛰었다. 팀을 플레이오프 4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데이원은 2022년 12월부터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난으로 선수, 코칭 스태프, 구단 임직원 전부가 급여를 받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로슨 역시 6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다. 로슨은 지난 시즌 DB로 팀을 옮겨 미지급 급여 1억원가량을 데이원과 한국 대리인 등에게 20여 차례 요청했지만 끝내 받는 데 실패했다.

김주성 DB 감독은 “1월쯤 로슨을 면담했을 때 데이원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저기 알아보긴 했는데,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라며 “지난달 로슨 한국 대리인에게 연락했더니 이미 로슨과 갈라섰고 그 뒤로 로슨과 연락이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

문제는 KBL이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데이원 소속이던 국내 선수들에게는 미지급 급여를 줬다는 데 있다. 외국 선수였던 로슨과 데이비드 사이먼은 배제했다. KBL 관계자는 “국내 선수는 한국 농구 자산이기 때문에 일단 급여를 지급하자고 이사회가 정했다. 언제 한국을 떠날지 모르는 외국 선수는 그다음 문제였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로슨은 한국 대리인에게 “만약 못 받은 돈을 어떻게든 주겠다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남았다. 그런데 모두가 무책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없던 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며 “나는 돈도 받지 않고 뛰는 노예(slave)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로슨뿐 아니라 일부 직원들도 미지급 급여를 받지 못했다. 전 고양 데이원 직원은 “아직도 데이원과 소송 중이지만, 이겨도 돈을 받기는 힘들다고 한다“고 한숨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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