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 4000마리 40명이 관리... 마취 없이 안락사도" 미 업체 500억 벌금

조아름 2024. 6. 5.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 농장에서 비글 4,000마리를 학대해 온 미국의 한 실험용 동물 공급 업체가 500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게 됐다.

3일(현지시간) 미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버지니아 연방 서부지검은 과거 개 농장에서 비글 4,000마리를 학대한 혐의(동물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엔비고가 3,500만 달러(약 48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 농장 운영 엔비고 "3500만 달러 합의"
비위생적 환경에 부상 방치 학대 일삼아
"동물 복지 사건 중 최고 금액 벌금"
비글.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개 농장에서 비글 4,000마리를 학대해 온 미국의 한 실험용 동물 공급 업체가 500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게 됐다. 비위생적인 농장 시설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각종 부상에 시달리는 개들을 모른 척하며 학대를 일삼은 곳이다. 이번 벌금 규모를 두고 미 현지에선 "동물 복지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평가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미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버지니아 연방 서부지검은 과거 개 농장에서 비글 4,000마리를 학대한 혐의(동물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엔비고가 3,500만 달러(약 480억 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엔비고는 의학 및 제약 실험용으로 동물 농장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비글 4000여 마리 최악의 환경에서 사육

이 회사는 미 버지니아주 컴벌랜드의 약 40만 평에 이르는 개 농장에서 비글 4,000여 마리를 사육했다. 2022년 휴메인 소사이어티 등 미 동물보호단체들의 고발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발견 당시 비글들의 사육 실태는 처참했다. 철창 우리는 배설물과 음식물 찌꺼기로 가득했다. 청소는커녕 개들은 아예 오물 더미에 파묻혀 생활했다. 물 그릇은 말라 붙어 있었다. 영양 부족과 탈수에 시달렸다.

병이라도 걸리면 치료 대신 안락사가 진행됐다. 그마저도 진정제(마취제) 없이 심장 근육에 직접 주사를 놔 개들을 안락사시킨 정황들이 확인됐다. 다친 개들도 많았다. 배설물이 쉽게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우리 바닥 탓에 개들은 발을 헛디뎌 발 부상을 달고 살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2021년 1~7월에만 비글 300마리 이상이 죽었다. 원인은 모두 '알 수 없음'이었다. 농장은 비글의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크리스토퍼 캐버노 미국 버지니아 연방 서부지검 검사가 3일 실험용 동물 사육업체 엔비고가 3,500만 달러(약 480억 원)를 벌금으로 문다는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버지니아=AP 연합뉴스

개 수천 마리 키우며 관리 인력은 40명뿐

회사는 개들을 돈으로만 봤다. 북미와 유럽 전역에 약 20개 지점을 보유한 이 회사가 2019년부터 약 3년간 개 농장에서 제약사와 실험실 등에 판매한 비글만 1만5,000마리에 달한다. 이를 통해 챙긴 1,600만 달러(약 220억 원)의 수입을 챙겼다. 개 수천 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면서도 이 큰 농장의 관리 인력은 고작 40명뿐이었다. 수사를 이끈 크리스토퍼 캐버노 검사는 "엔비고와 이노티브가 동물보호법을 준수하지 않고 이익과 편의만 취했다"며 "이는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대우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엔비고가 물게 될 벌금은 "역대 동물 복지 관련 사건 중 사상 최대 규모(NYT)"가 될 전망이다. 당시 농장에 있던 비글 4,000마리는 모두 구출돼 전국의 보호소로 옮겨졌다. 이노티브는 "동물 복지에 대한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