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다가올수록 ‘태릉선수촌’ 느낌… 걱정보다 희망 커져”

진천=이헌재 기자 2024. 6.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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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D―51]
‘원 팀’ 강조 장재근 진천선수촌장… 韓선수단, 1976년 이후 최소 규모
‘예상 金’도 5, 6개 역대 최소 수준… ‘태릉 시절’의 새벽-산악운동 부활
“반대 있지만 보이지 않는 효과 커”… 최근 각 종목 전초전 잇단 金 낭보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이 선수촌 내 오륜마크를 뒤에 두고 카메라 앞에 섰다. 장 촌장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많이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진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점점 예전의 ‘태릉선수촌’ 느낌이 난다. 나는 희망적인 모습을 많이 보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들이 모여 훈련 중인 충북 진천선수촌의 총책임자 장재근 선수촌장(62)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7월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장 촌장은 “한국의 이번 올림픽 예상 성적을 두고 많은 분이 걱정하지만 이곳 진천선수촌의 분위기는 다르다. 예전에 선수들이 젊음과 꿈을 묻고 좋은 결과를 얻었던 태릉선수촌 특유의 기운이 하루가 다르게 솟아나고 있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는 141∼145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50명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모든 단체 구기 종목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이어 온 200명대가 무너졌다. 대한체육회는 양궁과 펜싱, 태권도 등에서 5, 6개 정도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사격, 유도, 배드민턴 등 각 종목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김예지는 지난달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월드컵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금지현도 같은 대회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달 유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김민종이 남자 100kg 초과급, 허미미가 여자 57kg급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무릎 부상으로 주춤했던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싱가포르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천위페이(중국)를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장 촌장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어느 종목의 어떤 선수가 예상 밖의 금메달을 딸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장 촌장은 각 종목 지도자들과 함께 파리 올림픽 기간에 한국 선수들이 베이스캠프로 삼을 퐁텐블로의 캄프 귀네메르에 다녀왔다. 이곳은 프랑스의 군사 스포츠 시설인데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현지 적응을 돕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 한국이 올림픽 개최지 현지에 캠프를 두는 건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장 촌장은 “현지 캠프에선 태권도와 펜싱, 배드민턴, 유도, 수영 선수들이 적응 훈련을 하게 된다. 태권도 경기 매트는 현지에서 빌리기로 했고, 배드민턴 선수들은 한국 매트가 더 편하다고 해 여기서 가져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진천선수촌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조리사와 영양사 등 16명도 현지에 합류한다. 이들은 한식 위주의 식사를 준비하고 삼각김밥 등 간편식과 도시락도 만든다. 국물을 좋아하는 선수들을 위해선 한우 곰탕을 한국에서 고아 파리로 공수할 예정이다. 장 촌장은 “한우 뼈는 프랑스에 반입이 안 되지만 얼린 국물을 가져가는 건 가능하다고 하더라. 곰탕을 팩에 넣은 뒤 얼려서 가져갈 예정”이라며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긴장감에 밥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곰탕은 먹기 간편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도 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장 촌장은 태릉선수촌 시절의 새벽운동(주 4회)과 산악훈련(주 1회)을 부활시켰다. 시대에 뒤떨어진 훈련 아니냐는 비난도 있지만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장 촌장은 “선수촌은 국민이 낸 귀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마음대로 훈련할 것 같으면 밖에서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며 “선수촌에 들어왔으면 기본적인 룰과 규칙을 지키는 게 당연하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선수들이 이제는 새벽운동 때 종목이 다른 선수한테도 인사하면서 깔깔 웃는다. 그렇게 ‘원 팀’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나라를 위해 뛴다’는 말 같은 건 하지 말라고 한다. 운동도 메달도 다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시상대 위에 서면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며 애국자가 된다. 국가대표, 태극마크라는 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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