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중 야구부 쇠퇴 막아라” ‘염라대왕’의 현장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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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잘 닫고, 와인드업하고 난 뒤 디딤발을 최대한 멀리 두면서 부드럽게 던져 봐."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BPA야구장.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염종석 동의과학대 감독이 대동중 선수들을 섬세하게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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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부족에 전국대회 출전 못해
- 투구 지도하며 사기 북돋아 줘
“어깨 잘 닫고, 와인드업하고 난 뒤 디딤발을 최대한 멀리 두면서 부드럽게 던져 봐.”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BPA야구장.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염종석 동의과학대 감독이 대동중 선수들을 섬세하게 지도했다. 1992년 롯데에 입단한 염 감독은 데뷔 첫해 35경기 17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의 초특급 활약을 펼쳐 팀의 두 번째 우승을 견인한 우완 투수 출신이다. 현재까지도 롯데의 유일한 신인왕으로 기록돼 있다.
대동중 선수들은 ‘염라대왕’ 등장에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선수는 “야구를 시작하기 전 인터넷 등을 통해 염 감독님의 경기 영상을 찾아봤다”며 “우상으로 여겼던 분이 직접 투구 자세를 잡아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장차 한국 야구를 빛낼 후배들을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공을 던질 때 특정한 버릇이 있는 아이들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한편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150㎞대의 빠른 구속을 가진 프로선수들도 만루 홈런을 맞는다”며 “스피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지금은 기본만 잘 갈고 닦을 때”라고 강조한 뒤 “공을 던질 때 뒷모습만 봐도 누군인지 알 정도로 자신만의 투구 폼을 연구하고 연마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이 이날 ‘재능 기부’를 한 이유는 대동중 야구부의 쇠퇴를 막기 위해서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를 비롯해 채태인 장원준(이상 은퇴) 정우람(한화) 등 걸출한 프로선수들을 배출한 대동중은 현재 선수가 11명에 불과하다. 부산지역 대회 출전에는 문제없으나 전국대회는 12명 이상의 선수를 갖춰야 참가가 가능해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오는 8월부터 대통령배 본선 경기가 열리는데, 예선을 무사히 통과해 놓고도 선수 부족으로 어처구니 없이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대동중 전호근 감독은 “부산지역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학부모들 사이에서 소위 명문으로 불리는 특정한 학교로만 진학하려는 경향이 강해 일부 학교는 선수 부족 문제에 시달린다”며 “부산에는 학교별 야구부 정원도 따로 없어 편차가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포화 상태의 학교에서 주전 경쟁이 심해 한 시즌 동안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오히려 선수층이 얕은 학교에서 출전 기회를 자주 얻어 기량이 만개하는 사례가 있다. 대동중 역시 개성중에서 전학 온 박한성(3년)이 실력이 크게 늘어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고, 사직중에서 대동중으로 건너와 부경고에 진학한 방승현(1년)도 모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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