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tvN ‘선재 업고 튀어’ 변우석
- 밴드멤버 ‘류선재’와 팬인 ‘임솔’
- 시공초월 사랑 그린 타임슬립물
- 2010년 모델 데뷔 후 힘든 시간
- 첫 주연 ‘인생 캐릭터’ 만나 감격
- 10·20·30대 외적변화 가장 고심
- 애써준 제작진들께 감사한 마음
- 김혜윤은 날 빛나게 한 일등공신
월요일이 되면 ‘그’를 빨리 만나고 싶고, 화요일이 지나면 ‘그’를 기다리며 어서 다음 주 월요일이 되길 기다렸다. 바로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변우석이 맡은 주인공 선재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듯 많은 시청자가 ‘선재앓이’에 빠졌고, ‘월요병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도 ‘선재앓이’는 이어지고, 첫 드라마 주연작에서 홈런을 친 변우석은 영화·방송·CF계에서 섭외 0순위로 꼽힌다. 지금은 변우석의 시대다.
드라마 종영 뒤에도 바쁜 변우석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웃음 띤 얼굴로 자리한 그는 “선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했다. 1년 동안 선재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선재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그만큼 변우석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선재’로 불리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20세기 소녀’로 레드카펫을 밟았을 때는 ‘저 키 큰 친구는 누구지?’라고들 하셨는데,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 갔을 때는 전날부터 팬분들이 와서 기다려 주셔서 선재의 인기를 실감했다”며 “레드카펫을 걸을 때 ‘선재야’라며 부르시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고 너무 사랑하는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려 정말 좋았다”고 ‘선재 업고 튀어’ 이후 급상승한 인기를 실감하고 있음을 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자신을 살게 해준 밴드 이클립스의 멤버 류선재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이 그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로맨스다. 변우석은 10대 수영선수 고등학생, 20대 대학생, 34세 톱스타 등 다양한 나이대와 역할을 소화하며 15년간 임솔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로 매회 애틋한 장면을 연출했다.
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플랫폼 펀덱스에 따르면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3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3주 연속 1위, 주연 배우 변우석과 김혜윤은 TV-OTT 출연자 종합 화제성 3주 연속 1, 2위, 2049 남녀 시청률 8주 연속 전 채널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2010년 모델로 데뷔해 2016년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변우석은 수년간 조·단역 생활을 거치며 힘든 시절을 보냈다. 대기만성이라고 30대 들어 주연으로 자리매김한 변우석에게 ‘선재 업고 튀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생 캐릭터 선재를 만나다
“‘선재 업고 튀어’는 제 연기 인생에서 인생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한다”는 변우석. 그만큼 소중한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진짜 이런 대본이 나한테 왔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졌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길래 회사에 ‘선재’ 프로젝트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계속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시은 작가가 쓴 대본 중 굉장히 자세히 묘사된 장면들을 상상하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선재에 점점 스며들기 시작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선재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고, 그래서 가장 걱정했던 고등학생 선재를 연기할 때 스태프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변우석은 “고등학교 선재를 연기 할 때 이 작가님이 ‘선재의 감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들어가 주는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다. 수영을 못 하게 됐을 때 아버지와 대화를 할 때나 솔이를 엄청 좋아하면서도 아닌 척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연기했을 때 ‘고등학생 선재 같다’고 했다”며 촬영 초반부터 자신이 연기한 선재가 맞았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었음을 밝혔다.
외적인 모습도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타임슬립 드라마 특성상 10대, 20대, 30대의 선재를 보여줘야 했기에 외적 변화를 줘야 했다. 변우석은 “엄청 많이 고민했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 스태프와 상의를 많이 했다. 고등학생 때는 머리를 수수하게 내리고, 대학생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대학을 갔으니 조금 내추럴한 느낌의 머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34세 톱스타 선재를 연기할 때는 특수한 직업을 가졌으니 광택 나는 의상으로 꾸민 모습이 계속 나오면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작가와 두 PD는 변우석의 큰 키를 부각하는 롱코트를 입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완벽한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을 만들었다.
한 가지 더. ‘선재 업고 튀어’에는 유난히 선재의 탈의 장면이 많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때는 수영 장면이, 성인이 된 후에는 샤워 장면 등이 나오는 것. 그때마다 변우석은 멋진 몸매를 선보였다.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운동을 밥 먹듯이 매일 했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긴 시간 몸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촬영 중에도 쉬는 날이면 무조건 운동했고, 탈의 장면 찍기 전날에는 음식 조절을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촬영을 앞두고 펌핑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며 웃었다.
▮첫 드라마 주연의 도우미들
영화에서는 ‘소울메이트’, ‘20세기 소녀’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지만 드라마 주연은 ‘선재 업고 튀어’가 처음인 변우석에게 도우미가 많았다. 가장 먼저 두 명의 PD는 16부작의 긴 회차를 처음 이끌어가는 그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촬영장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변우석은 “제가 어떤 표현을 할 때 ‘이것이 맞을까?’ 고민하면 어떤 연기도 좋다며 다 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자신감을 더욱 가질 수 있었다”며 두 PD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촬영, 조명 등 각 파트 스태프도 변우석의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작품을 위해서지만 선재가 더 멋지게 보일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을 써준 것이다. 변우석은 “지금 제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준 스태프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한두 시간 전에 미리 와서 조명을 설치해 주시고, 아름다운 구도와 미장센으로 카메라에 담아주신 스태프분들의 노고가 모여 선재가 만들어졌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한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런 변우석의 마음은 지난달 28일 마지막 방송을 영화관에서 단체 관람했던 이벤트 현장에서 잘 드러났다. 최종회를 상영하기 전 스태프들이 있는 상영관에서 무대인사를 하는 도중 그는 오열했다. 그는 “상영관에 들어가는데 촬영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분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척 반가운 마음과 함께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와서 그랬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선재 캐릭터가 잘 그려질 수 있도록 가장 큰 힘이 돼 준 1등 공신은 바로 임솔 역을 맡은 김혜윤이었다. 이전 드라마에서도 상대 배우와의 케미가 좋아 ‘케미 여신’이라는 말을 듣는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을 이끌며 종횡무진했다. 변우석은 김혜윤에 대해 “혜윤이가 연기한 솔이는 너무 솔이 같아서 저는 그냥 그 감정만 받아 연기해도 선재가 될 수 있었다. 혜윤이가 솔이를 해줬기 때문에 선재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며 “제가 처음 드라마 주인공을 하다 보니까 촬영이 진행되며 에너지가 모자란 것을 느끼곤 했는데, 그때면 혜윤이가 과자나 젤리를 주며 당을 올려주고 화이팅할 수 있게 해줬다”고 사소한 것이지만 많은 것을 챙겨준 김혜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긴 호흡으로 연기한 ‘선재 업고 튀어’를 멋지게 마친 변우석은 밀려드는 대본 속에서 차기작을 정해야 한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며 선재의 감정을 깊게 생각하면서 연기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 감정이 제대로 표현됐을 때 시청자분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는 대본을 읽을 때 제가 공감되고, 그 감정이 정확하게 이해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많은 대본 중 변우석의 마음을 뒤흔들 차기작은 무엇이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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