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고령 마을에 ‘할머니 비즈니스’ 대박
일본 유명 관광지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市)에서 남동쪽으로 약 50㎞. 인구 2만6000여 명 중 36%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마을’에 최근 고령화를 ‘극복’이 아닌 ‘활용’의 대상으로 삼은 스타트업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지역 방송 RKB는 최근 “후쿠오카현 남동부에 있는 한가한 시골 마을 우키하시의 한 신생 기업이 하는 사업마다 히트를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주인공은 2019년 설립된 식품 제조 업체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20명 중 대부분이 75세 이상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은 매일 오전 9시 저출산으로 폐원한 지역 보육원으로 출근해 고구마를 말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19년 설립 당시 ‘할머니가 일하는 식당’이란 음식점을 운영했다가 이듬해 코로나로 휴업한 뒤로 식품 개발 및 제조에 주력하고 있다. 간식·반찬·조미료 등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식품들이 가격·품질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역 농가와 협업해 출시한 ‘수제 꿀 고구마 말랭이’는 넉 달 만에 매출이 500만엔(약 4400만원)을 웃돌았고, 지난 2월 지역 식품 콘테스트에서 최고상(賞)인 후쿠오카현 지사상을 받았다.
식품 사업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11월엔 ‘바짱(할머니) 신문’이라는 월간지를 창간했다.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모두 할머니들의 몫이다. 지역 특산 요리법과 최신 유행하는 할머니들의 패션·헤어스타일 등이 주로 소개된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인생 상담’이다. 주민들이 연애, 친구 관계 등 저마다의 고민을 제보하면 할머니 기자가 지혜를 발휘해 해답을 제시해준다. 예컨대 ‘친구에게 욕을 들었을 땐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나’(19세 여성)란 고민에 구니타케 도키에(77) 기자는 ‘그럴 땐 꾹 참고 나무아미타불을 마음속에 되뇌어라. 그러면 마음이 진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할머니들의 소박한 일상 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져 지난 3월 1만2000부를 돌파했다.
현지 매체들은 우키하노타카라 측에 강연회 등을 요청하는 연락이 전국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고령화 연구팀도 최근 약 9000㎞를 날아와 이 회사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우키하노타카라 오오쿠마 미쓰루(44) 대표는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노인을 짐처럼 취급하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고 있다”며 “노인은 함께 (고령화) 위기를 극복할 동료들로, 얼마든지 이들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우키하노타카라는 향후 전국으로 사업을 넓혀 500명의 ‘할머니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orea’s defense industry now proposes new approaches we can learn from,” says Lockheed Martin
- “우크라전 조력자 中에 반격”...나토 항모들, 美 공백 메우러 아·태로
- 무릎 부상 장기화된 조규성, 오랜만에 전한 근황
- 박성한 역전적시타… 한국, 프리미어12 도미니카에 9대6 역전승
- “한국에서 살래요” OECD 이민증가율 2위, 그 이유는
- 연세대, ‘문제 유출 논술 합격자 발표 중지’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
- ‘정답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연예인 첫 공개 지지
- “이 음악 찾는데 두 달 걸렸다” 오징어게임 OST로 2등 거머쥔 피겨 선수
-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주말 도심서 집회로 맞붙은 보수단체·야당
- 수능 포기한 18살 소녀, 아픈 아빠 곁에서 지켜낸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