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초고령 마을에 ‘할머니 비즈니스’ 대박

김동현 기자 2024. 6. 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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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의 방구석 도쿄통신]
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시(市)의 스타트업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 대표 오오쿠마 미쓰루(맨 왼쪽)와 이 회사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인스타그램

일본 유명 관광지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市)에서 남동쪽으로 약 50㎞. 인구 2만6000여 명 중 36%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마을’에 최근 고령화를 ‘극복’이 아닌 ‘활용’의 대상으로 삼은 스타트업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지역 방송 RKB는 최근 “후쿠오카현 남동부에 있는 한가한 시골 마을 우키하시의 한 신생 기업이 하는 사업마다 히트를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주인공은 2019년 설립된 식품 제조 업체 ‘우키하노타카라(우키하의 보물)’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20명 중 대부분이 75세 이상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은 매일 오전 9시 저출산으로 폐원한 지역 보육원으로 출근해 고구마를 말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19년 설립 당시 ‘할머니가 일하는 식당’이란 음식점을 운영했다가 이듬해 코로나로 휴업한 뒤로 식품 개발 및 제조에 주력하고 있다. 간식·반찬·조미료 등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식품들이 가격·품질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역 농가와 협업해 출시한 ‘수제 꿀 고구마 말랭이’는 넉 달 만에 매출이 500만엔(약 4400만원)을 웃돌았고, 지난 2월 지역 식품 콘테스트에서 최고상(賞)인 후쿠오카현 지사상을 받았다.

일본 후쿠오카현 우키하시의 스타트업 ‘우키하노다카라(우키하의 보물)’사원들이 지역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우키하노다카라

식품 사업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11월엔 ‘바짱(할머니) 신문’이라는 월간지를 창간했다.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모두 할머니들의 몫이다. 지역 특산 요리법과 최신 유행하는 할머니들의 패션·헤어스타일 등이 주로 소개된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인생 상담’이다. 주민들이 연애, 친구 관계 등 저마다의 고민을 제보하면 할머니 기자가 지혜를 발휘해 해답을 제시해준다. 예컨대 ‘친구에게 욕을 들었을 땐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나’(19세 여성)란 고민에 구니타케 도키에(77) 기자는 ‘그럴 땐 꾹 참고 나무아미타불을 마음속에 되뇌어라. 그러면 마음이 진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할머니들의 소박한 일상 이야기가 소문으로 퍼져 지난 3월 1만2000부를 돌파했다.

현지 매체들은 우키하노타카라 측에 강연회 등을 요청하는 연락이 전국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고령화 연구팀도 최근 약 9000㎞를 날아와 이 회사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우키하노타카라 오오쿠마 미쓰루(44) 대표는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노인을 짐처럼 취급하는 인식이 사회에 퍼지고 있다”며 “노인은 함께 (고령화) 위기를 극복할 동료들로, 얼마든지 이들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우키하노타카라는 향후 전국으로 사업을 넓혀 500명의 ‘할머니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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