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땐 면허정지 안 해… 전문의 시험 기회 1번 더

안준용 기자 2024. 6. 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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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6일 만에 사직 길 열어
전공의 많이 돌아올지는 미지수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의료개혁 현안 브리핑’을 열고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 유지 명령’과 ‘업무 개시 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또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조속히 복귀하는 전공의는 수련기간 조정, 전문의 시험 추가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2월 19일 ‘진료 유지 명령’을 발동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선 지 106일 만에 유화책을 꺼내든 것이다.

조 장관은 “(전공의 사직서 수리는) 의료계 요청을 받아들여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며 “사직서 수리를 허용해 달라는 현장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돼 비판을 각오하고 명령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각 병원장은 사직서 수리 권한을 갖고 전공의들과 상담하면서 복귀를 독려할 예정이다. 돌아올 의사가 없는 전공의는 사직 처리 후 새로운 수련병원을 찾거나, 다른 병의원 등에서 일반의로 일할 수 있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의 최대 50%가 원소속 병원이나 새로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상황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직서 수리가 가능해지면서, 전공의 선호도가 높은 ‘빅5(5대 대형 병원)′부터 차례로 전공의 충원이 이뤄지는 ‘전공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증·응급 환자 수술을 많이 하면서도 이번 전공의 공백으로 큰 타격을 받은 빅5 병원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이달 중 복귀율이 눈에 띄게 오르지 않을 경우 정부는 그간 계속 강조해왔던 ‘엄정한 법 집행’이

그래픽=김현국

란 원칙을 스스로 깨고 이탈 전공의들을 봐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3월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바로세우겠다”고 했었다. 정부는 그간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예외 없는 처벌’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전공의는 전무하다. 복귀 명령 거부로 수사기관에 고발된 전공의도 ‘0명’이다. 전공의 이탈로 주요 병원은 하루 10억~20억원 손해가 발생했지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전공의도 없다.

다만 이날 정부 발표에도 상당수 전공의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퇴직금은 준비되셨느냐”며 “(병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의 전공·연차에 따라 복귀율 편차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공의 가운데 전문의 시험을 앞둔 고연차 전공의와 피부과 등 인기 진료과 전공의 일부는 이달 내 복귀를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에 따르면, 사직서 수리 시 1년 내 같은 과, 같은 연차로는 복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에선 전공의 복귀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사직서가 수리된 필수 의료 전공의들이 대거 피부·미용 분야 일반의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한국피부비만성형학회가 연 춘계 학술대회에도 전공의들이 대거 몰렸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추후 복귀하더라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무책임한 정부를 전공의들이 어떻게 믿고 돌아오겠느냐”며 “의대 증원 전면 중단이란 확고한 목표를 위해 큰 싸움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부터 7일까지 의사 총파업(집단 휴진) 찬반 투표를 하고, 찬성 의견이 다수일 경우 9일 파업 시기·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총회를 열고 6일까지 총파업 관련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가 집단 사직서 제출에 앞장선 일부 전공의에게라도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응급실·중환자실 진료 등을 제외한 집단 휴진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수정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등에 소속된 분만 의사들은 이날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 붕괴 긴급 성명서’를 내고 “2000년 당시 1000개였던 분만 의원 수는 현재 200개에 불과하며,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분만 기관 수는 약 400개밖에 안 된다”며 “불가항력 분만 사고에 대한 턱없이 부족한 국가보상금과 과다한 배상금으로 인한 두려움 등으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고, 낮은 분만수가와 저출산으로 산과 병의원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재원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의 ‘분만사고 보상법 전면 개정’ ‘분만 수가 현실화’ ‘산과 의사 인력 양성 지원’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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