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보다 송전선 3배 드는 태양광·풍력… 애써 짓고도 놀릴 판
송배전망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더 절박하고 심각한 문제다. 재생에너지는 원자력·화력 같은 에너지원의 3배 넘는 송배전망이 필요한데도, 전국 각지에선 송배전 대책 없이 생산 설비를 늘리는 데만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무탄소에너지(CFE) 확대도 좋지만 충분한 송배전망 없이 발전 시설만 확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아 에너지 대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송배전에 3배 넘는 비용이 드는 건 발전 설비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는 경북 울진, 전남 영광 등 특정 지점에 대형 발전소를 짓고 1~2개의 송전선로로 전기를 보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주로 소규모로 지어져 있어, 여러 송전선로를 타고 변전 설비와 연결돼야 한다.
송전선로를 확충하기 위해 한전은 오는 2036년까지 배전 설비에 당초 계획한 18조원에서 72% 늘린 3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송전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데도, 이전 정부는 송배전 고민도 없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확대하는 정책에만 집중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송배전망이 확충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10만5762㎿(메가와트)에서 지난해 16만4739㎿로 약 55.8% 늘었지만, 송전선은 같은 기간 약 2.7%(931C-km·서킷킬로미터) 확충되는 데 그쳤다. 호남·충청권 등 전국 각지에 발전 설비가 흩어져 있는데도, 송배전 체계는 약 11~21배 늦게 구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생에너지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하고 효율이 낮다는 점도 송배전 문제에는 악재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는 정비할 때가 아니면 24시간 가동할 수 있지만, 태양광은 일조량이 많을 때만 가동될 수 있다. 풍력도 바람이 잘 불 때만 설비 용량만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짧은 발전 시간을 위한 막대한 투자 비용이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24시간 전기가 필요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보내려면 ESS(에너지 저장 장치) 같은 고가의 전력 저장 설비가 더 필요하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2038년까지 21.5GW 분량의 ESS가 확충돼야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설치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저장한 전력도 2~3시간 만에 소진될 만큼 효율도 낮다. 상황에 따라 화재 발생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송배전망 확충이 속도를 내려면 발전 방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교적 전력망 운용에 유리한 수력·양수 발전을 확대하거나 송배전망 확충 사업에서 민간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근본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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