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료 AI 변호사 활동… 日, 개인은 무료 상담

유종헌 기자 2024. 6. 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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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법률 상담 해외는 어떻게 하나
그래픽=백형선·Midjourney

작년 3월 미국 일리노이주의 소규모 로펌 밀러킹(MillerKing)이 온라인 법률 서비스 기업인 ‘두낫페이(DoNotPay)’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인공지능(AI) 변호사를 활용한 허위 광고 등으로 로펌들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낸시 로젠스텐겔 일리노이 남부지방법원 수석판사는 “실제 변호사와 로봇 변호사의 대결”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밀러킹의 소송을 기각했다. 두낫페이로 인한 손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두낫페이가 밀러킹의 직접적인 경쟁자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세계 곳곳에서 AI 변호사와 인간 변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AI 챗봇 등을 통한 각종 법률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AI 변호사’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낫페이는 작년 2월 실제로 법정에 AI 변호사를 세우려다가 변호사 업계에 의해 제지당했다. 두낫페이는 주차 위반 관련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헤드셋을 착용시켜 AI 변호사의 조언을 받도록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협회 등이 “위법한 변론 행위”라며 반발했고, 두낫페이는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두낫페이 서비스는 2015년 스탠퍼드대 학생 조슈아 브로더가 주차 위반 딱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AI 챗봇을 만든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관광 비자 신청, 고지서 이의 제기, 의료 사기 대응, 계약 분쟁 등과 관련한 법률 문서 작성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유료 가입자가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료는 격월에 36달러(약 5만원)다.

프랑스에서도 지난 1월 ‘아이 아보카(I.Avocat)’라는 AI 변호사 앱이 출시돼 논란이 됐다. “변호사가 1년 걸려 할 일을 1분이면 해결한다”는 공격적인 홍보로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기업가 이삼 레기가 개발한 아이 아보카는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입력하면 법률 조언을 내놓는 방식이다. 연간 69유로(약 10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도, 출시 열흘 만에 2만여 명이 앱을 다운받았다.

이에 대해 파리지방변호사회는 “자격 없이 변호사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아이 아보카가 없는 법 조항을 인용하고 있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애플에도 이 앱을 앱 스토어에서 빼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개발사 측은 “법률 조언만 할 뿐 변호사 업무를 대체할 생각은 없다”며 물러섰고, 앱 이름도 프랑스어로 변호사를 뜻하는 ‘avocat’를 빼고 ‘아이 리걸(I.Legal)’로 바꿨다.

일본에서는 AI 변호사의 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법무성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변호사 자격이 없이 돈을 받고 법률적인 견해를 내놓으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만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에게는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해도 된다고 했다. 이는 변호사의 조력 서비스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일본 리걸테크 기업인 벤고시닷컴의 ‘법률 챗봇’과 리걸테크협회 대표인 이자와 변호사가 출시한 AI 전화 상담 서비스 ‘콜어로이어(Call a lawyer)’ 등은 일반인들에게 무료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AI 기반으로 계약서를 검토·심사하는 ‘리걸포스’ ‘GVA테크’ 등 기업과 로펌 대상 서비스는 유료로 운영 중이다.

구태언 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은 “미국 등은 ‘AI 변호사’를 민간의 자율 규제에 맡기고, 일본은 정부가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서 “다른 나라는 갈등을 바탕으로 리걸테크가 정착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첫 걸음도 떼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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