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BTS의 무명 시절
BTS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 지상파 음악 방송은 엄두도 못 내던 무명 시절 BTS는 해외에 송출되는 국내 영어 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덕분에 데뷔 초부터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리더 RM은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출연할 때마다 진행(스페셜 MC)을 거의 도맡았다. K팝에 관심 많은 해외 팬들과 화상 대화를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멤버들은 엉뚱한 미션도 열심히 수행했다. 지민은 RM 대신 스페셜 MC 자리를 따내기 위해 애교춤이라면서 엉덩이춤을 선보인 적도 있었다.
이런 노력에도 그날의 MC가 RM으로 결정되면, 멤버 정국은 “비주얼도 안 되고 매력도 없는데 영어 잘한다고 MC가 되나? 역시 사람은 말과 영어를 잘해야 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저마다 MC를 하겠다고 덤비던 그때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담당 PD는 “RM은 MC를 맡을 때 방송 이틀 전 대본을 보내면 다 외워 와서 현장에선 큐카드를 보지 않고 진행하더라”고 회상했다. 성실함은 기본이었던 것이다.
당시 대부분 아이돌은 인기를 얻으려 지상파나 음악 전문 케이블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 출연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에서 인기를 쌓고 해외에 진출하는 순서였다. 하지만 BTS는 시작부터 해외로 타깃을 정했다. 당시 해외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K팝 스타 1위에 올랐을 때도 국내 방송에선 BTS를 신인으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였다.
BTS 사례를 본다면 시대를 앞서간다는 건 남들이 볼 때 조금 이상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살아보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이미 나 있는 발자국을 따라가는 건 안전하고 쉽지만 가장 먼저 도착하는 새 길을 개척할 수는 없다. BTS의 성공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한 결과였다. BTS의 노래 ‘Lost’의 가사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어디로 가는 개미를 본 적 있어? 단 한 번에 길을 찾는 법이 없어…길을 잃는다는 건 그 길을 찾는 방법… 수없이 헤매도 난 나의 길을 믿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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