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 개혁 무산 후폭풍, 국내 투자 비중 줄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현재 14.2%인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을 2029년까지 13%로 낮추기로 했다. 3년 뒤부터는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더 많아져 보유 자산을 팔아 부족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금 개혁 지연으로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지 못한 것이 증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21대 국회 막바지에 국민연금 모수 개혁(보험료율·지급율 조정)이 성사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 합의했지만, 막판에 해병대원 특검법 논란이 불거지며 대통령실과 여당이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해 무산됐다. 26년간 묶여 있던 보험료율을 여야 합의대로 4%포인트 올렸으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졌을 것이고,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도 한숨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는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6.3% 수준인 반면 해외 주식 투자에선 그보다 배 가까이 높은 연 11%의 수익을 올려온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6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 고수익을 내는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늘리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 투자를 늘려 증시 수급 기반을 든든히 다질 필요가 있다. 상장 기업들이 연금의 주식 투자금을 받아 신규 투자를 더 늘리고 기업 이익을 배당금으로 연금에 환원하면 국민 경제 선순환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중 국민연금의 보유 비율은 5.8%인 반면 일본 공적 연금은 일본 증시 시가총액의 25%를 보유 중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K밸류업을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개혁이 절실하다. 22대 국회는 하루빨리 연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민연금·기초연금 통합 같은 구조 개혁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시간이 걸리는 만큼 21대 국회 때 이미 합의된 모수 개혁부터라도 우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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