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폭증시키며 그 실태는 숫자 조작으로 속였다니

조선일보 2024. 6. 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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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 12월 17일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 때 재정 씀씀이 확대를 정당화하기 위해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 발표하도록 지시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집값과 소득 통계를 왜곡·분식한 데 이어 나랏빚 전망까지 축소해 실정(失政)을 가리려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장기 재정 전망 발표 때 기획재정부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국가채무 비율이 2060년엔 153%로 올라갈 것이란 전망치를 산출했다. 이를 보고받은 홍 부총리는 “국민이 불안해한다”면서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지시했다. 그는 원래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하도록 돼있는 것을 ‘총지출 증가율과 연동’하도록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재부는 81%로 낮춘 수치를 만들었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장기재정전망협의회가 검증하도록 한 절차도 빼버렸다. 기재부 주무 국장인 A 국장이 홍 부총리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협의회의 심의·조정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방법을 바꿨다. 실무자들이 반대했지만 A 국장은 이를 묵살했다고 한다. 당시 기재부 담당 팀장과 실무자들은 ‘홍 부총리 지시가 부당하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정반대 가정을 한 것에 스트레스가 심하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이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제대로 된 전제를 적용해 재정 전망을 했더니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48.2%로 도출됐다. 애초 기재부 전망치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홍 전 부총리가 왜곡된 수치를 고집한 것은 문 전 대통령 지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서 “(2060년 국가채무비율 예측치는) 의미는 크지 않으면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할 것이다.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고 신경 써주기 바란다”고 했고, 한 달 뒤 81%라는 왜곡된 수치가 만들어졌다.

문 정부는 나랏빚 내서 돈 푸느라 5년간 국가부채를 400조원 가까이 늘렸다. 2016년 말 627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1년 말 971조원으로 늘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불렸다. 빚은 폭증시키면서 그 실태는 숫자 조작으로 눈가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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