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런포 폭발+시즌 1호 '완봉' 합작…입가에 모처럼 핀 웃음꽃, 유강남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MD광주]

광주 = 박승환 기자 2024. 6. 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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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오늘은 조금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은 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6차전 원정 맞대결에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유강남이 친 안타는 단 한 개. 하지만 한 방이면 충분했다. 유강남의 방망이는 첫 번째 타석에서 대폭발했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2회초 유강남 앞에 무사 1, 2루의 찬스가 마련됐다. 유강남은 2구만에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는데, KIA 선발 임기영의 3구째 128km 슬라이더를 파울로 만들어낸 뒤 4구 127km 체인지업을 참아냈다. 그리고 때마침 유강남이 노리고 있던 125km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다.

유강남은 임기영이 던진 5구째 체인지업을 힘껏 잡아당겼고, 이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시즌 5호 홈런으로 비거리 125m. 이 한 방으로 롯데는 경기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손에 쥐게 됐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선두' KIA를 상대로 4연승을 달리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유강남의 얼굴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홈런 상황을 돌아보면 어땠을까. 유강남은 "오늘 타석에서 힘을 빼려고 했다. 최근 좋지 않았을 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힘을 빼자는 생각을 갖고 타석에 임했다"며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을 때 슬라이더가 왔는데, 이후 체인지업이 들어올 것 같았다. 그래서 직구가 들어오면 삼진, 체인지업 하나만 보고 스윙을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체인지업이 들어와서 운이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유강남은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 앞서 4년 총액 8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해 타석에서 팀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타격감이 너무 늦게 올라왔던 까닭. 그리고 좋지 않은 흐름은 올 시즌으로 연결됐다. 유강남은 3월 7경기에서 타율 0.235를 기록하는데 머물렀고, 4월에는 11경기에서 단 1개의 안타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등 타율 0.042로 추락했다. 이에 유강남은 한동안 2군에 머무르기도 했다.

이런 유강남의 타격감이 대폭발했던 시기가 있다. 바로 5월 21~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전이었다. 당시 유강남은 KIA와 3연전에서 4안타 2홈런 4타점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2개의 홈런 중 하나는 '장외홈런'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KIA전이 끝난 뒤 조금씩 감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날 다시 유강남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고, 팀의 승리로 직결됐다.

유강남은 "옆구리 부상이 오고 나서, 그 부분이 신경 쓰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 '괜찮다. 괜찮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스윙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나씩 팀에 도움이 되면서 (타격감을) 조금씩 올려야 할 것 같다"며 'KIA전에서 홈런을 치면서 좋아졌고, 다시 홈런을 치면서 좋아질 것 같다'는 말에 "그러고 싶다"고 웃었다. 이어 "어쨌든 팀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 (팬들께) 너무 실망감을 안겨드렸다"고 말했다.

그래도 유강남이 살아나면서 롯데는 확실히 타선의 파괴력이 올라가고 있다. 유강남도 이를 모르지 않지만, 미래보다는 당일 경기에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는 앞을 보는 것보다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생각이다. 오늘 잘 쳤다고, 내일 잘 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 하루하루에 포커스를 더 맞춰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4년 5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 롯데 선발 윌커슨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광주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타선에서도 유강남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이날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과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유강남과 호흡을 맞춘 윌커슨은 9이닝 동안 투구수 108구,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손에 넣었다. 윌커슨 개인으로는 무려 7년 만이었고, 롯데 선수로는 2021년 박세웅, KBO리그 선수로는 2022년 고영표(KT 위즈) 이후 첫 완봉이었다. 게다가 롯데 소속 선수로 무사사구 완봉은 2016년 브룩스 레일리(現 뉴욕 메츠) 이후 처음이었다.

유강남은 "지난번 KIA전에서도 윌커슨이 좋은 공을 던졌는데, 덕분에 자신감 있게 던졌던 것 같다. 워낙 공이 좋았다. 거의 보더라인에 물릴 만큼 좋은 제구력이 좋았다. 좋은 구종, 잘 던질 수 있는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의식하게 만들었다"며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공 끝이 달라졌다. 일단 구속도 차이가 많이 난다. 외국인 선수들도 시즌 초반에 조금 헤매다가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좋아지는 선수가 있다"고 말했다.

유강남은 '윌커슨의 완봉이 KBO리그에서 2년 만에 나왔다'는 말에 "진짜요?"라고 되물으며 "그 말을 들으니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윌커슨이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체인지업까지 퀄리티 있는 공들을 많이 던져줬고, 그 부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조금 기분 좋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부진에 빠졌던 힘겨운 시간을 잘 버티고, 반등하기 위해 애썼던 유강남. 드디어 롯데가 원하던 포수에 걸맞은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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