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간 70년, 불편부당의 정신을 새롭게 다짐한다

2024. 6. 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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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창간 70년을 맞이했다.

1954년 6월 9일 첫 출발한 본보는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편향성 없이 이슈와 쟁점을 넘나든 불편부당한 자세야말로 본보 70년을 지켜낸 파수였다.

본보는 다시 출발하는 새로운 70년을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으로 무겁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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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월 9일 한국일보 창간호 1면(왼쪽)과 2015년 재창간(61주년) 1면.

한국일보가 창간 70년을 맞이했다. 1954년 6월 9일 첫 출발한 본보는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창간 사설에서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기업적 자활(自活)을 표방했고, 이는 ‘춘추필법의 정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란 사시(社是)로 정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본보는 저널리즘에 대한 선명한 물음인 이 창간 정신을 되새기며, 반성과 다짐을 하고자 한다.

한국전쟁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70년은 도전과 기회, 고난과 성취의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는 참화 속에서 실의와 혼란을 극복하고 벅찬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본보는 산업화, 민주화의 소용돌이 선두에 서서 기록하고 증언하며 시대와 호흡을 함께했다.

무엇보다 본보는 젊고 중립적이며, 비판적이고 혁신적인 언론을 추구했다. 처음부터 누구는 야(野)라 하고, 다른 이는 여(與)라 평가했을 만큼 어느 편에 서지 않았다. 혼돈의 시기에 의욕과 희망을 알렸으며, 시대에 따라 경제개발, 민주화의 동맹임을 자임했다. 편향성 없이 이슈와 쟁점을 넘나든 불편부당한 자세야말로 본보 70년을 지켜낸 파수였다.

우리 사회가 그러했듯 시대의 아픔 앞에서 본보 또한 시련과 부침을 겪어야 했다. 열정과 땀이 밴 기사로 종종 사회의 물줄기를 바꾸었지만, 구부러진 펜이 된 적이 없지 않은 것이다. 언론의 정도를 걸은 구성원들의 엄격함이 본보를 이끈 게 사실일지라도, 현실에 안주했던 부끄러움을 언론 역할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본보는 다시 출발하는 새로운 70년을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으로 무겁게 시작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는 곳곳에서 갈등 중이고, 미중 양국 갈등의 한복판인 한반도에선 남북이 대립과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저성장과 고령화, 저출생 그리고 양극화된 우리 사회는 미래마저 어둡게 흐리고 있다. 정치권력을 향해 언론 자유와 인권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 역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격랑이 높을수록 그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고 책무이다. 언론 또한 디지털의 도도하고 거대한 흐름 속에서 위기와 기회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신문의 위기는, 균형을 이루려는 언론의 역할에서 먼저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새롭지 않지만 그럴수록 공정한 언론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정치, 사회가 만성 불통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본래의 언론 책무는 시대적 요청일 것이다.

이에 본보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보도,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비판, 한쪽에 전도되지 않는 논평을 권약한다.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난무하는 속에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판단 기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정확한 언론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래서 편향되지 않은 언론,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론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 본보는 출발선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 이익을 보호하며, 사회 공기(公器)로서 공정한 언론의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 70년 전의 약속을 되새기며, 세상을 깨우는 펜이 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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