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2047년 선진국·힌두표심' 앞세워 총선 승리

유창엽 2024. 6.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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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100주년 선진국' 장밋빛 공약에 호응…인구 80% 힌두교도 '올인'도 적중
선진국 '로드맵' 관건…실업·무슬림 보듬기, 미러 사이 '줄타기'도 주목
지난달 28일 콜카타시 유세서 손 흔드는 모디 인도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 집권당 인도국민당(BJP) 주도 정치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모디 총리는 이로써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에 이어 인도 독립 이후 두번째 '3연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승리 요인으로 꼽히는 '2047년 선진국' 비전 이행에 필요한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절대다수 힌두교도만 챙긴 데 대한 소수 무슬림들 불만을 다독여 국가 통합을 이뤄야 하는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독립 100주년 2047년 선진국' 공약 주효

2014년 집권 이후 인도 경제를 눈에 띄게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모디 총리가 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며 내놓은 '2047년 선진국' 비전은 이번 총선 승리를 가져온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모디 총리는 10년 집권 기간 경제규모 순위를 세계 11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7년과 이듬해 6%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았지만 2021년 9.1% 성장으로 급반등했고 2022년에는 7.2%를 기록했다.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도 약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모디 총리는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지 100주년을 맞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고 민심은 이같은 '장밋빛 약속'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모디 총리는 외국 투자유치 확대,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 구축, 제조업 발전 등을 추진 등을 강조했는데 특히 '스타트업 육성' 공약은 중상류 계층 청년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힌두교도 표심잡기에 '올인'…헌법 가치 위반 논란도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모디 총리는 선거 내내 힌두교도 결집에도 공을 들였다.

인도 14억명의 인구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구애에 '올인'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이슬람과 힌두교 '분쟁지'인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 들어선 힌두사원 축성식에도 참가하면서 힌두교도 표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총선 유세가 끝난 뒤 힌두교 성인 기념장소를 찾아 단식과 명상을 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선보이며 노골적으로 힌두표심 공략 선거운동도 했다.

인구 14% 가량인 무슬림 등은 뒷전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AP통신은 모디 총리가 아요디아 사원 축성식 참가 이후 힌두교도 결집에도 공을 들였다면서 많은 전문가는 모디 총리가 아요디아 사원 축성식 참가만으로는 표를 얻는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반(反) 무슬림 공세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와 지역정당 20여곳이 손잡고 결성한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을 이끄는 라훌 간디 전 INC 총재가 종교와 정치를 구분하는 헌법상 세속주의 가치를 위반했다고 비판했지만 모디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디 진영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일부 유권자가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출구조사 결과에선 120여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 총재(가운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선진국 로드맵과 무슬림 보듬기 '난제'…미·러 '줄타기'도 관심

모디 3기 정부는 '2047년 선진국' 비전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기간 세계 11위에서 5위로 올라온 인도 국내총생산(GDP)을 2027년까지 3위로 더 끌어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각종 파격적 인센티브를 내걸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 외국 업체를 국내로 유치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제조하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미국 등 서방과의 지정학적 긴장 탓에 서방 기업이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중국 내 생산시설을 인도로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지난 4월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2022년 1년간 인도에서 약 65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 이는 중국의 5천만 대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도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인도 당국은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국내 토지와 노동 관련법 개정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UBS 증권은 메모를 통해 인도 당국이 토지와 노동법 개정과 같은 개혁을 얼마나 강력하게 할 수 있느냐는 BJP가 얼마나 많은 의석으로 승리하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총선 기간 야권이 '집권 10년간 해결 못했다'고 공격한 실업문제도 과제다.

인도의 한 싱크탱크에 따르면 실업률은 지난 3월 7.4%에서 4월 8.1%로 상승했다. 20∼24세 청년 실업률은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외계층의 불만이 폭발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도 무슬림 사이에서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만 편든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고 특히 아태 지역을 중심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간 대결 구도가 더 고착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중립 노선을 견지해 온 인도가 어떤 외교적 관점을 가져갈지도 관심사다.

모디 정부는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 구성국으로 미국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러시아와 유지해 온 전통적 우호관계도 신경써야 한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난은 삼간 채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영유권 문제로 전쟁까지 치른 중국과 파키스탄 관계 관리도 여전히 중요한 외교 과제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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