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뉴욕의 치안을 묻는다면
최근 지인이 업무차 뉴욕에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출발 전 나에게 “맨해튼에 숙소를 잡았는데 안전할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숙소 주소를 보내왔는데 크게 위험하다고 할 수 없는 타임스스퀘어 인근이었다. 한국에서 오는 분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왜 이렇게 겁을 내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다. 뉴욕 지하철 치안이 불안하다며 주(州) 정부 군인에게 총을 들고 승객 가방 검사를 하게 한다는 식의 뉴스가 이어진 영향 아닐까 싶다.
지난해 뉴욕을 찾은 관광객 수가 622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 직전 최고치를 찍은 2019년(6660만명)의 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한국에서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난해 7월 중순부터 뉴욕에서 생활한 기준으로 체감한 안전 수준을 ‘뉴욕 사는 독자’가 아닌 ‘한국 독자’에게 전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다.
우선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관광지는 저녁까지 크게 위험하지 않게 느껴진다. 비록 지난달 30일에도 타임스스퀘어 인근에서 칼부림 사건이 나긴 했지만, 센트럴 파크나 하이 라인 파크 등 관광지에서 이런 일은 흔한 일이 아니고, 관광객이 많을수록 경찰도 많다. 맨해튼 주요 거리는 밤 10~11시까지 돌아다녀도 불안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자정 무렵부터 아침까지 취재차 맨해튼 남부 브루클린 브리지 인근 길바닥에서 밤을 새웠을 때도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에 사람이 없어 휑했다.
범죄율은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되는 부분도 있다. 뉴욕시가 올해 1월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대 중범죄를 기준으로 한 전체 범죄율은 전년도에 비해 큰 차이는 없었지만, 총격 피해자 수는 27% 감소했다. 총기 사고는 브롱크스와 브루클린 일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관광객이 도심에서 떨어진 곳까지 갈 이유는 없을 것이다. 뉴욕 지하철은 지저분하다. 종종 낮에도 중얼중얼하며 맨발로 열차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놀랄 수도 있다. 그들이 가끔 말도 건다. 뉴욕에서 합법인 마리화나의 냄새는 길거리에 꽤 자주 풍긴다. 역하기 때문에 그 냄새가 좋다고 말하는 한국인은 아직 보지 못했다.
솔직히 치안보다는 거리에 지뢰처럼 놓인 애완동물 대변을 조심하면 좋겠다. 정말 많은 뉴요커가 개와 함께 걷는다. 개가 볼일을 보면 주로 주인이 치우지만 의외로 그대로 놓고 가는 경우가 꽤 있다. 길 찾는다고 주위를 둘러보다 자칫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력 손상도 조심해야 한다. 경찰차와 소방차, 구급차가 경쟁하듯 사이렌을 울리는데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 신호가 바뀐 뒤 1초만 머뭇대도 뒤차는 경적을 울린다. 인상을 쓰고 쳐다보려 해도 그들은 이미 떠나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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