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늘은 세계 환경의 날… 플라스틱 ‘신의 선물’ 되도록 재활용을

한화진 환경부 장관 2024. 6. 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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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로 불리던 물질이 이제는 ‘신의 눈물’이 될 처지다. 플라스틱 얘기다. 1868년 발명된 이후 150여 년 동안 나무·유리·금속 등 각종 천연 물질을 빠르게 대체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 추세대로면 206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12억3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4억6000만t)보다 약 3배 증가한 양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아프리카·아시아 등 신흥 경제국 중심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됐다. 국제 해양 환경 단체인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에 따르면, 현재 바다에는 1억5000만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에는 남한 면적의 16배 크기인 160만㎢의 플라스틱 섬이 실제로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까지 합하면 그 양은 더 늘어날 것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지구 상에 오래 잔류하면서 토양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위협한다. 한 동물 다큐멘터리에선 어미 알바트로스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이 있었다. 이런 사례는 더 잦아질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다고 해서 플라스틱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플라스틱은 자동차와 항공기의 경량화를 이끌어 연료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건축물의 단열 효과를 높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 식품의 장기 보존과 운송을 가능하게 한다. 어떻게 쓰느냐, 어떻게 버리느냐,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이지 물질 자체를 악마화해선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폐플라스틱 관리’에 손을 대야 한다. 한 해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1200만t 정도다. 우리 국민도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선 심각성을 알고 있다. 다만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시민에게 불편함을 강요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그 예다. 이런 부분부터 줄여가는 것도 분명히 의미는 있지만, 전체 폐플라스틱 발생량으로 봤을 땐 미미한 숫자일 수 있다. 선의만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하면 반감이 커질 수도 있다. 작은 성과에 집착하다가 큰 목적을 놓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번 생산한 플라스틱을 여러 번 재사용하고, 폐기 후엔 화학적 처리를 거쳐 원료를 회수해 재활용하면 이미 세상에 태어난 플라스틱만 순환시킬 수 있다. 카페에서 다회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음식을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배달하며, 품질이 떨어진 플라스틱은 열분해를 통해 플라스틱 원료를 회수해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식으로 지구 상 플라스틱의 양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폐기물에서 플라스틱만 빼내는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하고, 열분해 분야에 투자하는 등 ‘플라스틱 순환’을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폐플라스틱이 어떤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부는 부문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먼저 손을 대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그리고 손을 댄 결과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를 국민과 함께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6월 5일은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정한 세계 환경의 날. ‘신의 눈물’이 다시 ‘신의 선물’로 불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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