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AI가 부른 ‘쩐의 전쟁’… 대만 증시는 이미 한국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2024. 6.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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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증시 20% 상승할 때 코스피는 하락… 엔비디아, 독일 전체 시총 넘어
생성형 AI 돌풍은 태풍급, 2000년 닷컴 열풍 이래 최고의 자본 집중 보여
우리 학생들은 이미 생성형 AI로 논문 작성 중… 기성세대 진정 각성할 때
일러스트=김성규

요즘 우리나라 증시가 우울하다. 비슷하던 대만과도 격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코스피 시장, 코스닥 시장, 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사 합계)가 2600조원을 겨우 넘긴 반면 대만의 시가총액은 3000조원을 훌쩍 넘겨 그 격차는 400조원이 넘었다(2024년 6월 1일 기준). 대만 증시 지수는 올해 20% 가까이 상승한 반면 코스피 지수는 하락했다. 대만 1위 TSMC는 올해만 45% 이상 상승하며 시총 930조원을 넘겨 세계 톱10에 진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살짝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우리 증시는 더욱 우울하다. 미국의 상위 10개 기업들은 올해만 약 50% 상승하며 펄펄 끓는 중이다. 세계 1, 2위인 MS와 애플은 이미 4000조원을 넘었고, 심지어 3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3717조원)이 최근 독일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시총보다 시총이 높은 기업도 6곳이나 된다.

그래픽=김성규

시가총액은 주식 가격의 총합이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때 기준은 오직 하나, ‘앞으로 오를 듯한 것’이다. 그래서 시가총액은 기업의 ‘미래 성장 기대치’라고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전 세계 사람들이 대한민국 기업들은 앞으로 별로 잘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고, 반면 세계 최고 빅테크 기업들에 거는 기대는 엄청나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축적된 자본은 산업을 일으키는 원동력이자 에너지원이다. 전 세계 증시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만 외면당하고 있음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렇게까지 자본 쏠림이 심한 상황이라면 자칫 우리 기업들이 빠르게 쇠락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위협이 자본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현 상황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자본의 쏠림을 일으키는 키워드는 ‘디지털 대전환’과 ‘생성형 AI’다. 특히 올해 1월 시작된 생성형 AI 돌풍은 가히 태풍급 충격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빅테크(MS,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와 AI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2경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토록 엄청난 자본 집중이 일어난 것은 2000년 닷컴 거품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생성형 AI가 만드는 변화에 대한 인류의 기대치가 크다는 뜻이다. 물론 버블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20년전 닷컴 버블 당시 주가 폭등을 주도했던 기업을 살펴 보면 애플, MS, 아마존, 구글 등이다. 이들은 거품이 꺼져 일어난 주가 폭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년간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문명 대전환을 주도하며 지금의 세계 최고 기업들로 성장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실력 없는 기업은 사라지지만 이미 축적된 자본은 신산업을 일으키는 에너지원이 된다. 인재가 성장하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숱한 기업의 부도를 뚫고 새로운 세상이 비로소 열리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 역사다. 디지털 신대륙은 엄청난 자본과 인재가 쏟아져 시작되었고, 숱한 기업의 무덤을 기반으로 생성된 인류 문명의 새로운 터전이다. 이 디지털 문명 형성의 역사는 이제 AI 신문명을 창조하면서 반복되고 있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혁명을 일으킬 자본을 이미 확보했다. 최근 놀라운 서비스가 활화산처럼 쏟아지고 있다. 2경원이 넘는 거대한 자본은 특출한 인재를 모두 끌어모았고,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래 산업에 빠르게 투자되고 있다. 그 역사적 전환점에서 우리 사회가 길을 찾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100년 전 역사를 읊조릴 게 아니라 서기 2000년에 이 땅에 일어났던 ‘닷컴 버블’의 역사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새롭게 펼쳐지는 AI 신세계에서는 우리가 주변인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떨쳐내야 할 것은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관성이다. 선진국을 베끼고 따라 해서 성공한 우리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아무것도 베낄 것이 없다. 생성형 AI, AI 반도체, 휴머노이드 노동 로봇, 자율주행차, 2차 전지, 바이오 신약, AI 닥터, 디지털 헬스케어, 우주 항공, 차세대 원자력 발전 등등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핵심 제품이라고 손꼽는 거의 모든 산업이 그야말로 선진 각국의 전쟁터다. 기술뿐이 아니다. AI로 인한 업무 혁신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도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이제 막 떠안은 숙제다. 챗GPT가 등장한 지 불과 16개월이니 당연한 일이다. 더 이상 선진국을 뜯어보고 따라 하려고 기다릴 시간이 없다. 개도국의 세계관을 버리고 디지털 신세계, AI 사피엔스(AI를 신체 일부처럼 이용하는 사람) 시대로 앞서 나아가야 한다. 무모해 보일 만큼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대다.

이미 학생들은 도전에 나서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AI 서비스를 적극 체험하고, 그걸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퍼뜨리는 중이다. 대학원생들은 전공 불문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논문 작성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왜 이리 열심인지 물었다. “교수님, 유튜브에 ‘나는 이렇게 해서 테슬라에, 구글에 입사했다’ 하는 영상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 다 생성형 AI 관련 프로젝트를 학생 시절에 했더라고요.” 대답이 너무나 명료하다. 이렇게 스스로 도전해 AI로 무장한 학생들이 곧 쏟아져 나올 텐테 어른들은 여전히 이념 타령에 규제로 발목 잡기 싸움 중이다. 낡아빠진 세계관으로 규제를 방패 삼아 기득권만 지키려는 우리 어른들을 아이들은 어떤 눈으로 볼까? 명심하자. 현대 인류 100년사의 기적을 만든 대한민국 기성세대가 진정 각성해야 할 때가 왔다. 신문명, AI 시대가 시작되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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