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23] ㅜㅜ가 우리를 하나로 만들 것이다
이제 MBTI(엠비티아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하는 테스트 말이다. 그래도 간단하게 다시 설명해 보자. MBTI는 반대되는 여덟 가지 성향을 조합해 성격을 판단한다. I와 E는 내향과 외향, N과 S는 직관과 감각, F와 T는 공감과 논리, J와 P는 판단과 인식이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오바마와 같은 ENFJ(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공감 잘하고 판단 빠른 성격)”라 밝힌 바 있다.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로도 알려진 유형이다. 뭐, MBTI가 항상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요즘은 F와 T가 중요해졌다. 공감 잘하면 F다. 논리가 앞서면 T다. 공감 능력 없는 사람에게 “너 T야?”라고 타박하는 것도 유행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글도 화제다. ‘T는 답변 못 하는 문자’라는 글이다. “어제 보고서 쓰느라 잠을 못 잤어. 정신 좀 들라고 커피를 석 잔이나 마셨는데 소용이 없어. 지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소셜미디어는 쪼개졌다. T들은 “뭐라 답해야 하냐”며 괴로워했다. F들은 “공감만 좀 해주면 안 되냐”고 비난했다. T들은 “공감이 문제를 해결하냐”며 역공했다.
세상은 F와 T의 영원한 대결이다. 공감과 논리의 전쟁이다. 어쩌면 모든 사회문제가 거기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T를 위한 요령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F와 어떻게 대화할지 모르겠다면 눈물을 의미하는 ㅜㅜ만 삽입하면 된다. F에게 중요한 건 논리적 해결책이 아니다. ㅜㅜ의 숫자다.
얼마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 뜻을 따르지 않으면 대통령 자리 지킬 수 없다”고 포화를 쏟았다. 싸우기만 해서야 해결될 문제는 없다. 이렇게 다시 써보자. “국민 뜻을 ㅜㅜ 따르지 않으면 ㅜㅜ 대통령 자리를 ㅜㅜ 지킬 수 없다.” 한결 부드럽지 않은가. 나의 조언이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길 바란다. 물론 T인 독자는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불평하고 계실 것이다. F인 제가 ㅜㅜ 사과 ㅜㅜ 드린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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