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3] 울릉도 따개비밥
울릉도는 밥값이 비싸다. 밥은 2만원, 국수는 1만5000원 선이다. 식재료를 포항이나 강원도에서 배로 가져와야 하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가족 여행을 하려고 장소를 찾을 때 울릉도를 두고 고민스러운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고 울릉도에 와서 집에서 먹을 수 있거나 육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것만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맛본 것이 따개비밥이다.
뭍에서 따개비라면 절지동물로 갯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해양생물이다. 따개비는 물이 들면 위쪽 입에서 6쌍 만각을 내밀어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만각을 살펴보면 절지동물로 분류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보여준 따개비는 복족류에 속하는 삿갓조개다. 바위에 붙어 생활하는 것은 같지만 아주 조금씩 이동하며 작은 이빨로 바위에 붙은 조류를 갉아 먹는다. 울릉도 주민들은 ‘굴등’, 여수와 신안에서는 ‘배말’이라고 부른다.
삿갓조개류는 진주배말, 애기삿갓조개, 둥근배무래기 등이 있다. 울릉도에서는 삿갓조개를 넣어 밥, 죽, 국수 등을 만들어 먹었다. 여수나 진도에서는 국을 끓이거나 부추나 채소 등과 무친다. 톳이나 굴은 넣어 밥을 짓지만 배말을 넣는 경우는 드물다. 따개비를 삶으면 살과 껍질이 쉽게 분리된다. 살을 건져내고 껍질만 다시 삶는다. 따개비를 치대서 국물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준비한 육수에서 이물질을 걸러내고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인다. 따개비밥은 간장과 참기름을 더해 압력솥에 짓는다.
큰 따개비를 얻으려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갯바위로 가야 한다. 미끄러운 갯바위는 자연산 명이나물을 얻기 위해 성인봉 벼랑에 매달리는 것만큼 위험하다. 옛날에는 손이 닿는 곳에서 쉽게 얻었다. 저동항 한 식당에는 전복 크기의 따개비 껍질을 벽에 걸어 놓았다. 따개비밥은 양념장을 더해 살살 비벼 먹으면 좋다. 나는 그냥 비벼서 명이 장아찌로 싸 먹었다. 따개비와 홍합을 섞어서 밥을 짓기도 한다. 식당 주인은 홍합과 따개비를 섞어 밥을 지으면 맛이 더 좋다고 한다. 둘 다 맛을 볼 수 있는 ‘홍따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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