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한·중관계 일희일비 말아야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회복 발판
관계부침 있지만 中과 동행 불가피
균형 잡힌 ‘외교의 묘’ 필요할 때
1992년 수교 후 급속히 발전해왔던 한·중 관계가 틀어진 것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양국 관계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나란히 오른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모습이 이를 상징했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관계라고 평가했던 중국 측 공조는 우리 기대를 한참 벗어났다. 양국 정상 간 전략적 소통은 사실상 불발됐다. 핵실험 하루 만에 한·미 정상이 곧바로 북핵 대응에 한목소리를 낸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두 차례 연기 끝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 부장 간 통화가 성사됐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북 핵실험과 도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집요했다. 우선 금한령을 실시했다. 한국 동영상 유포를 차단하고 연예인 출연과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했다. 한국 단체 관광도 전면 중단했다. 관계 발전을 위해 양측이 지켜왔던 정경분리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관영매체는 연일 한국을 비판했다. 중국 내 반한 감정도 커졌다. 한국산 제품 거부와 불매 운동이 확산했다.
당시 택시를 탄 한 지인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택시에서 내려야 하는 모욕을 당했다고 알려왔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술집과 음식점 등에서 중국인과의 다툼을 우려해 모임 자제를 권고했다.
매주 월요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중국 내 한국 기업과 상점에 대한 중국 정부 현장 점검과 영업정지 처분 상황을 알려주기 바빴다. 100여개 가까운 중국 내 롯데마트는 결국 모두 문을 닫았다.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로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회담으로 한·중 관계가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국방부가 참여하는 ‘2+2’ 외교안보 대화 협의체를 만들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의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2+2는 중국이 먼저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필요에 의한 전략적 접근이다. 외교·안보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한·중 외교안보 대화도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됐고, 2015년 1월까지 두 차례 열렸지만 2016년 사드 배치에 따른 관계 악화로 중단된 바 있다. 향후 상황이 달라지면 이번에 개설된 대화 채널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중국의 반대로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비핵화 관련 문구가 반영되지 못한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중 관계는 그동안 몇 차례 변곡점을 겪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된다. 관계 복원에 대한 섣부른 기대도, 관계 회복은 어렵다는 식의 부정적 생각도 자제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중국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원칙을 견지하고 사안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이우승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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