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에 모인 군 장병 유족들..."그만 죽여라"
[앵커]
최근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이 숨졌다는 소식에 과거 군에서 자식을 잃은 유족들이 국방부 앞에 모였습니다.
꽃다운 청춘을 수없이 희생시키고도 바뀐 게 없다며, 소중한 아들들을 그만 좀 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현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군에서 급성백혈병 치료 시기를 놓쳐, 아들 고 홍정기 일병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박미숙 씨.
최근 얼차려를 받다 숨진 훈련병도 아들처럼 병원 이송에 시간이 오래 걸렸단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노력하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박미숙 /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 2016년에 겪은 그 일이 2024년에 또 일어났구나 해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더 난리를 쳐서 훈련병의 죽음을 막았어야 했나, 그런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를 비롯한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은 국방부 건물 앞에서 훈련병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12사단 가혹 행위 사망 사건 규탄한다!!
자기 자식을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귀한 청춘을 또 앗아갔다며 그만 좀 죽이라고 절규한 유족들.
[김기철 / 고 김상현 군 아버지 : 이래놓고 무슨 염치로 자꾸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라고 통지서 쪼가리들을 집마다 보내는 것입니까? 아이들을 좀 그만 죽이십시오!]
아직도 청년들이 죽어 나가는 건 국방부가 진상규명은커녕 사망 사건을 덮고 축소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미자 / 고 윤승준 일병 어머니 (편지 대독) :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넘도록 왜 이 나라는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 것입니까? 어떤 의혹도 없이 바르게 진상규명,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이래선 어떻게 아이를 믿고 맡기겠느냐며 현역으로 자식을 보낸 어머니들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
[현역 군 장병 어머니 : 왜 아들이라는 불합리한 이유로 군대의 불합리함을 참고 견디며 희생해야 하는지 정말 묻고 싶습니다.]
보훈의 달 6월.
수류탄 사상 사고에, 훈련병 사망까지 잇달아 발생한 군 관련 사고에 호국 정신은 빛바랜 모습입니다.
YTN 정현우입니다.
촬영기자 : 이 규
YTN 정현우 (junghw504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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