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 못 먹나요?...기후위기가 부른 '애그플레이션' [앵커리포트]
배와 사과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 과일 수요가 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수입 오렌지는 과일로도, 농축 주스로도 많이 마시기 때문에 특히 수요가 많은 과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지난달 28일, 농축 오렌지 주스 원액 선물가격은 1파운드에 4.92달러로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올랐고요.
4년 전보다는 무려 4배나 올랐습니다.
이처럼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른 건 이상기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렌지를 주로 생산하는 나라는 브라질과 미국이 대표적이죠.
오렌지 생산국 2위 미국에선 플로리다 지역에 허리케인과 한파가 닥치며, 지난 2022년 말부터 오렌지 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렌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브라질 역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적은 강우량, 고온 건조한 날씨가 생산에 영향을 미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귤녹화병까지 번졌습니다.
올해 수확량이 크게 줄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감귤녹화병은 치료법이 없어 나무를 잘라내야만 해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2년 안에 오렌지 쇼크가 올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렌지 가격이 오르자, 각국의 오렌지 주스 기업들도 비상입니다.
일본의 한 기업에선 오렌지 주스 재고가 떨어지면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가격 상승에 따라 이번 달 출하분부터 가격을 올리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 사정도 비슷합니다.
오렌지 주스 과즙 함량을 기존 100%에서 80%로 낮췄고 주스 가격을 6% 넘게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탓에 생산량이 감소하는 농작물은 오렌지뿐만 아니라 올리브유, 밀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농작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 원재룟값이 덩달아 상승하고, 우리 밥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순식간입니다.
기후위기로 촉발된 애그플레이션은 당장 해결 가능한 게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세밀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수입니다.
YTN 유다원 (dawon0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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