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수퍼플렉스 "인간과 사이포노포어는 같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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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쉬 앤 칩스'가 4일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수퍼플렉스는 2019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전시를 연 후 해양 관련 작업에 집중했다.
4일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수퍼플렉스는 "각각의 공간을 다른 세계로 향하는 인터페이스로 여겨달라. 작품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 천천히 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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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결성된 수퍼플렉스는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으로 구성됐다. 30년간 자본의 불균형, 일상적 소비지상주의, 지적재산권, 이주민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현 시대를 작동시키는 시스템과 구조를 통찰하는 작업을 해왔다.
"인간의 모든 권력 구조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권력 체계도 바꿀 수 있다. 마찰이 있는 곳을 보면 예술가로서 그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수퍼플렉스의 생각이다.
이번 전시는 기후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한다. 출품작 20점은 페인팅, 조각, LED 텍스트 설치작품, 인터랙티브 영상을 아우른다. 전시 제목 '피쉬 앤 칩스' 역시 출품작들이 소재로 다루는 해양 생물과 마이크로칩을 조합했다.
첫 번째 공간은 분홍색 빛으로 점철돼 있다. 벽면에 일종의 관용구인 '세이브 유어 스킨'(Save your skin), '메이크 어 킬링'(Make a killing), '홀드 유어 텅그'(Hold your tongue)라고 적힌 분홍빛 LED 설치작품 3점이 걸려 있다. 경제성과 관련된 이 문구들은 경제적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시장 구조 이면에 자리한 인간중심적 욕망을 보여준다.
두 번째 공간은 온통 하얀색이다. 흰색 벽에 흰색 캔버스가 걸렸고 한쪽에 놓인 조각도 흰색이다. 단색화처럼 보이는 '칩스'는 군데 군데 어둡게 칠해진 부분이 있는데 실제 신용카드 마그네틱 선에 쓰이는 규소를 사용해 작업한 후 하얀색 도료를 여러 번 덧칠했다.
세라믹 조각 '투자은행 화분'은 시티그룹 본사 건물을 본뜬 모형에 환각을 유발하는 식물 협죽도를 심었다. 두 작품은 모두 경제 시스템과 관련된 것으로 거래와 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한다.
수퍼플렉스는 2019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전시를 연 후 해양 관련 작업에 집중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사람들이 높은 고도로 수직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공간은 관람객의 시선을 인류세적 관점 바깥으로 확장시킨다. 검은색 주조의 이 공간에는 해양 생명체 사이포노포어가 칠흑같이 어두운 심해에서 해수면을 향해 상승하는 모습을 묘사한 인터렉티브 영상이 나온다. 이는 기후 위기 속에서 인간과 해양 생명체가 같은 운명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포노포어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가까이 다가오거나 물러서도록 프로그래밍됐다.
4일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수퍼플렉스는 "각각의 공간을 다른 세계로 향하는 인터페이스로 여겨달라. 작품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 천천히 봐 달라"고 말했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작가들이 예술적으로 그려낸 비평적 지형을 통해 우리가 현재 어디쯤 와 있고 인간이 아닌 종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사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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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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