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도 ‘채 상병 사망’ 임성근 혐의 인정했었다
최종적으로는 빠져…수뇌부 등 ‘개입 여부’ 규명 필요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재검토하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로 지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 결과를 회수해 재검토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최종보고서에서 모두 빠졌다.
경향신문이 4일 입수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고 채모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난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17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임 전 사단장이 현장의 “안전 업무를 훼방”하는 등 채 상병 사망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임 전 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조사본부는 3쪽에 걸쳐 임 전 사단장의 혐의 내용을 기술하면서 “(현장 일선의) 외적 자세만 확인하게 함으로써 수색 현장의 안전 업무를 훼방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이 현장 지도 과정에서 ‘가급적 적색티 입고 작업’ 등을 지시했고, 채 상병을 비롯한 실종자 수색 인원들의 복장 상태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지적할 뿐 안전대책이나 안전장비 준비 등 안전을 확보하는 업무는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본부가 작성한 최종보고서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최종보고서는 중간간부급 관리자(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적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범죄 단서의 정황 및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아울러 “범죄 단서의 정황이 식별된 (임 전 사단장 등) 관계자 4명은 경찰 조사가 필요한 인원이지, 전체가 형사입건 대상이거나 기소 및 유죄 판결의 전제가 되는 인원은 아니다”라고 기술했다.
조사본부가 임 전 사단장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최종적으로 그를 제외한 만큼 이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공수처는 국방부 수뇌부 등이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 결과를 회수해 재검토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를 보면 조사본부 법무실장은 “범죄 성립 여부 등 범죄에 관한 법적 판단은 수사기관에서 면밀한 수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며 “이를 이첩 단계에서 국방부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국방부 검찰단(군검찰) 혹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기록을 회수해 다시 재검토하는 과정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사본부 법무실장은 “오히려 인지한 범죄 사실 또는 범죄의 단서를 신속히 민간으로 이첩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개정된 군사법원법 취지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초동수사 결과를 이첩한 것처럼 해당 사건의 수사권이 있는 경찰 등에 수사기록을 최대한 빠르게 넘기는 것이 적절했다는 것이다. 이는 초동수사를 진행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 기록을 회수해 재검토하도록 지시한 국방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왔던 것과 같은 취지다.
법무실장 의견도 최종보고서에선 사라졌다. 최종보고서에는 유관부서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군검찰의 의견과 향후 사건 처리 방향 등만 담겼다.
강연주·정대연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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