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자로 시작해 2인자로 물러났던 윌커슨, 반즈 자리 비운 사이 리그 첫 완봉승으로 증명한 ‘에이스’의 면모

김하진 기자 2024. 6. 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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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찰리 반즈에 가려져있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5)이 완봉승을 달성했다.

윌커슨은 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을 실점 없이 온전히 책임졌다.

9이닝 동안 31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단 5개의 안타를 맞았고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이나 사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로써 윌커슨은 올시즌 KBO리그 첫 완봉승을 달성했다. 무사사구 완봉승은 2022년 6월11일 사직 롯데전에서 KT 고영표가 기록한 후 624일만에 나온 기록이다. 롯데 구단으로만 한정하면 2021년 6월4일 수원 KT전에서 박세웅이 완봉승을 달성한 바 있다. 딱 3년만에 윌커슨이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대체 외인으로 롯데에 합류한 윌커슨은 13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 2.26을 기록했다. 등판한 경기 중 2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이닝이터로의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9이닝당 삼진 9.15, 9이닝당 볼넷 2.26으로 선발투수로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재계약 규모는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5만, 연봉 60만, 인센티브 20만)였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윌커슨은 개막전 선발 투수로서의 특명도 받았다. 또 다른 외인 투수 반즈가 구단 자체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러나 윌커슨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올시즌부터 도입된 ABS도 윌커슨의 투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개막 후 한 달 동안 7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 5.12를 기록했다.

그 사이 또 다른 외인 투수 반즈는 점점 제 투구를 선보였다. 많은 삼진을 잡아내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반즈는 지난 5월8일 사직 한화전에서는 7.1이닝 동안 1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구단 최초의 기록을 썼다.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댄 스트레일리 등이 기록했던 12삼진을 넘어 롯데 역대 외인 투수 중 가장 많은 삼진 기록을 세웠다.

반면 윌커슨은 그만한 활약을 하지 못했기에 더욱더 비교가 됐다.

그러나 반즈가 부상으로 잠시 이탈하게 됐고 윌커슨의 책임감이 더 커지면서 에이스로서의 면모가 다시 살아났다.

이날 윌커슨은 총 108개의 공을 던지면서 9회를 모두 책임졌다.

1회 1사 후 2루타를 맞고 2사 3루의 위기에 처하기는 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까지도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던 윌커슨은 4회에는 삼잔범퇴로 이닝을 처리하며 투구수를 아꼈다. 5회에도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킨 윌커슨은 6회부터 8회까지 삼자 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완봉승을 앞두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윌커슨은 김도영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나성범과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대기록을 세웠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유강남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타선에서도 KIA 선발 임기영을 상대로 1회 1점, 2회 4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잡아내 윌커슨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8회에도 1점을 더 달아났다.

올시즌 1인자로 시작해 2인자로 밀려났지만 이날만큼은 다시 1인자의 면모를 보이며 대기록을 세웠다.

롯데 애런 윌커슨.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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