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AI 산업…발열 잡아라, 서버 냉각 시장 ‘들썩’
기존 공랭 방식, 전력 소모 많아 비효율적…최근엔 ‘액침 냉각’ 각광
시설 전체 식히는 공조 시스템도 관심…LG전자 ‘칠러’ 북미에 공급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문자 그대로 ‘뜨거운’ 산업이다.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장치가 천문학적 분량의 AI 데이터를 연산할 때 내뿜는 열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AI 데이터를 보관·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급속도로 늘면서 이 열을 식히려는 노력도 그에 걸맞게 증가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국제 컴퓨터쇼 ‘컴퓨텍스 2024’에는 현지 정보기술(IT)업체 ‘기가바이트’와 폭스콘의 자회사 ‘인그라시스’도 부스를 꾸렸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슈퍼 AI 컴퓨터 ‘GB200 NVL72’를 소개했다. 연산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만큼 작동 시 발열량도 많다. 기가바이트·인그라시스가 이 서버 장치에 냉각 시스템을 공급한다.
기가바이트는 CPU·GPU를 직접 냉각수에 담그는 직접액체냉각(DLC) 솔루션을, 인그라시스는 냉각수분배장치(CDU)를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했다. 기가바이트는 “차세대 컴퓨팅을 지원하려면, 공기 냉각(공랭)보다 열을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액체 냉각(수랭)을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뜨거워진 하드웨어는 손상이나 성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어서 서버실을 적정 온도인 섭씨 16~24도 정도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의 약 50%가 서버 냉각에만 쓰인다. 더군다나 고성능 GPU 등으로 구성된 AI 서버는 일반 서버 대비 전력을 6~10배 더 사용한다.
기존에는 에어컨의 찬 공기를 서버에 불어넣는 공랭 방식이 널리 쓰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효율적으로 열을 식힐 수 있는 수랭식이 주목받고 있다.
서버와 기타 IT 장비를 감전 위험이 없는 비전도성 액체에 담그는 ‘액침 냉각’이 대표적이다.
액체 냉각에는 물이 아닌 냉각유를 사용한다. 최근 국내 정유업계가 이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다. 2022년부터 냉각유 사업을 해온 SK엔무브, 지난해 액침 냉각유 제품을 출시한 GS칼텍스 등이 있다. 에쓰오일도 올해 초 냉각유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데이터센터 전체를 식혀주는 공조 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 일인자는 미국의 전력관리·냉각시스템 업체 ‘버티브’다. 이 회사 매출의 약 3분의 1이 데이터센터 열 관리에서 나온다. 올해 버티브 1분기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으며, 수주 잔액은 63억달러(8조6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LG전자도 미국에 구축되는 대형 데이터센터 단지에 일명 ‘칠러’를 활용한 5만 냉동톤(RT) 규모의 냉각시스템 공급을 앞두고 있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다. 1RT는 물 1t을 24시간 안에 얼음으로 만들 수 있는 용량으로, 5만RT는 ‘스타필드 고양’의 3.5배 공간을 냉방할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LG전자 영업이익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B2B(기업 간 거래) 냉난방공조시스템(HVAC)과 구독가전 매출 증가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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