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대피소 검색 오류…포털사 "수정 조치 중"(종합)

이태성 기자 2024. 6. 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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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T맵에서 민방위 대피시설 검색 오류
교보타워·서대문경찰서 등 서울에만 수백곳
사용 중지된 대피소 정보 반영되지 않은 탓
"데이터 정상화 작업…오류 원인도 파악 중"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에 민방위 대피시설 표지가 보인다. 해당 건물의 지하 1층 대피소는 지난해 11월 대피시설 지정이 해제됐다. 하지만 네이버 지도에서는 여전히 대피소로 안내되고 있다. 2024.06.03.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최근 북한에서 날아든 오물풍선 등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관리하는 민방위 대피시설이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검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관련 업체들과 함께 데이터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정보에 오류가 생긴 원인도 파악 중이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들이 민방위 대피시설을 검색할 수 있는 포털과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제 대피시설이 아닌 곳들이 대피시설로 검색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민방위 대피시설이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지원으로 설치하거나 공공용으로 지정하는 지하 대피시설을 뜻한다. 3월 기준 전국에 1만7567개의 민방위 대피시설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정부는 북한의 포격 도발 등으로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민간 포털이나 지도 앱에서 주변 대피소를 검색해 가장 가까운 대피소를 찾아 대피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 상황 시 시민들이 잘못된 대피시설을 검색해 방문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해당 지역의 혼란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기준 네이버와 네이버지도, T맵 등을 통해 검색하면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앞 교보타워빌딩 지하 2~6층이 민방위 대피시설로 검색된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8월14일부로 사용이 중지된 곳이다.

이외에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하 1층 역시 지난해 7월31일 사용이 중지돼 현재는 대피시설이 아니다. 하지만 지도에는 여전히 대피시설로 검색되고 있다.

이처럼 실제로는 대피시설이 아니지만 지도상에 잘못 기재된 곳이 서울에서만 최대 수백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는 10개 대피소의 정보가 잘못 기재돼 있었다. 3호선 대치역의 경우 표기된 것과 달리 실제로는 지하 1층만 대피시설로 사용된다. 호텔 1곳과 아파트 3곳 등 나머지 9곳도 모두 지난 10월 이후 순차적으로 사용이 중지된 곳들이다.

마포구에서는 마포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총 7곳이 잘못 기재돼 있었고 용산구는 소아과의원 등 3곳, 강북구는 성북강북교육지원청 등 9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 3월6일 부산 부산진구 도시철도 2호선 부암역에서 열린 화재대피 민방위 훈련에 참가한 시민들이 연기를 피해 긴급 대피하고 있다. 2024.03.06. yulnetphoto@newsis.com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 걸쳐 전수 조사를 진행한다면 현실과 맞지 않는 대피소 검색 오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피시설 지정이 해제된 서울 양천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원래 어린이집 지하가 민방위 대피소였는데 작년에 해제됐다"며 "지금은 대피시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이날도 여전히 대피시설로 검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는 민방위 대피시설이었으나, 최근 지정 해제된 장소들의 정보가 민간 포털과 앱 등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 앱 등에서는 지정 해제된 대피시설이 검색되지 않았지만,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7월31일 이후(160여곳), T맵은 지난해 2월 이후(320여곳) 해제된 곳들이 여전히 대피소로 검색되고 있었다. 카카오는 지난 4월까지의 정보만 최신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6월30일부터 민간 포털(네이버, 카카오)과 지도 앱(네이버지도, 카카오맵, T맵)을 통해 민방위 대피소 위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피소 위치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만7000여개 대피소의 정보가 민간 포털사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간극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데이터 업데이트에 시차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업체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피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곳들도 기준에 충족한다면 민방위 준비명령 제도 등을 통해 활용이 가능하다"며 "가급적 모든 지하 시설로의 대피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포털사 관계자는 "민방위 대피시설 정보는 행안부에서 제공하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연동해 제공하고 있다"며 "3사는 이용자들에게 최신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1일 1회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관련 데이터를 일주일에 한번씩 갱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정보가 민간 기업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3개 업체는 현재 관련 데이터를 정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행안부는 각 업체를 통해 정확한 오류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ctor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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