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톈안먼 시위’ 35주년…베이징·홍콩서 감시·경계 강화, 온라인 관련 게시물 검색 안 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35주년을 맞은 4일 중국과 홍콩에서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전날 톈안먼 광장에서 도보로 1시간가량 떨어진 육교 위에서 기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병사 한 명이 다가와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톈안먼 시위 35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베이징 곳곳의 육교에는 감시원이 배치됐다. 2022년 10월 베이징 하이뎬구의 육교 쓰퉁차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중국 당국은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도심 육교에 감시원을 배치한다. 육교 위에서 조망한 톈안먼 시위 35주년 하루 전날의 베이징 도심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였다.
육교 감시원 배치는 톈안먼 시위 35주년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드문 계기였다. 중국에서 톈안먼 시위에 대해 언급하거나 추모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에 일부러 톈안먼 광장을 찾지 않는 한 ‘6·4’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톈안먼 광장과 가까운 번화가 왕푸징 광장엔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운동을 하는 등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광장 앞 장안로는 전날 오후 8시 무렵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진입할 수 있었다. 광장에 가까워질수록 일반 경찰인 공안 외에 무장경찰인 무경, 무경 중에서도 대테러 특수부대인 특경 차량이 눈에 띄었다. 도로에 10m가량 배치돼 있는 확성기에서는 “안전에 주의하십시오. 앞을 보고 운행하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장안로 진입도 그날 밤 금지됐다. 평소에도 예약과 신분 확인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는 광장과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톈안먼 망루는 4일 예약이 원천 차단됐다. 광장 인근 지하철역 출입구는 지난달 28일부터 임시 폐쇄됐다.
이날 온라인상에선 창어 6호의 달 뒷면 샘플 채취 성공이 화제였다. 바이두에서 ‘6월4일’을 검색하면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3세 즉위, 이자성의 난, 1991년 알바니아 정권교체, 2002년 중국과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가 결과로 뜨지만 톈안먼 시위와 관련한 게시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1989년 6월4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다만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고 하면 ‘시스템 유지·보수 중입니다. 나중에 시도하십시오’란 문구가 떴다. 과거 일부 이용자들이 6월4일 즈음에 촛불 같은 상징적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내건 적이 있다고 한다.
소란스러운 감시는 홍콩에서 벌어졌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톈안먼 시위 기념일을 맞아 경찰의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3일 오후 9시30분쯤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행위예술가 산무 천이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1989년 6월4일을 의미하는) ‘8964’를 한자로 쓰자마자 30여명의 경찰관이 곧바로 그를 연행했다. 홍콩 경찰은 천을 포함해 총 8명을 국가보안법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홍콩 교구는 보안법 단속을 우려해 3년 연속 톈안먼 추모 미사를 열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부는 정치적 혼란(톈안먼 시위를 칭하는 중국식 표현)과 관련해 오랫동안 명확한 결론을 내려왔다”며 “이를 빌미로 중국을 공격하고 비방하거나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35년이 흘렀고, 당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비극적 사건이 1989년 학생운동에 의해 야기됐다고 쓴 ‘중국 공산당의 축약사’뿐이다”라며 “사실을 무시하는 그러한 설명을 용인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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