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컷사진·노래방…청소년이 만든 ‘우리 공간’

고귀한 기자 2024. 6. 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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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재미나 zip’
지난달 29일 광주 북구에 문을 연 청소년 자율공간 ‘재미나 zip’에서 학생들이 가상현실(VR) 기기(왼쪽 사진)와 노래연습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창작단’ 모집해 직접 구상
독서실·공부방 형식 탈피
하교 시간부터 운영 시작
전문가 학업·진로 상담도

“피시(PC)방 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이곳에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내일 또 올 거예요.”

지난달 29일 광주 북구 서림마을 ‘재미나 zip’에서 만난 박민우군(11)은 쓰고 있던 가상현실(VR) 기기를 내려놓으며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가는 줄 몰랐다”고 아쉬워했다. 맞은편 무인 사진실에는 토끼 머리띠를 한 김민정양(10)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고 있었고, 바로 옆 노래연습실에는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광주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광주의 첫번째 ‘청소년 자율공간’이다. 북구가 지난해 초 광주시 공모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사업비 3억7000만원이 투입됐다.

공간은 아파트 1층 광주도시공사 소유 유휴공간을 활용했다. 이곳은 주변에 서림초와 북성중 등 교육시설과 대단지 아파트 4곳이 자리하고 있어 청소년의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도서관 등 기존 공부방 형식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 공간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이름도 ‘재미난 것이 가득한 집’이라는 의미에서 ‘재미나 zip’으로 지었다.

이름대로 이곳의 최대 장점은 즐길거리가 가득한 시설들이다. 노래연습실과 무인 사진실, 게임존, VR 체험존, 북카페, 라운지 등이 갖춰져 청소년이 언제든 편한 휴식과 함께 건전한 여가·문화 활동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노래연습실은 청소년의 이용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해 2개를 만들었고,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인 무인 사진기 앞에는 가발과 가면, 머리띠 등 각종 소품을 비치했다.

이렇게 톡톡 튀는 공간 구성은 청소년들이 직접 제안한 것이다.

북구는 지난해 7월 공개모집을 통해 관내 청소년 13명과 청소년시설 종사자 2명 등 15명으로 된 ‘자율공간 창작단’을 꾸렸다. 북구는 이들이 4차례 회의를 하고 전달한 의견을 설계에 반영했다. 청소년 친화 공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실수요자인 청소년의 욕구가 잘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운영 시간도 청소년들의 일정에 맞췄다. 다른 공공시설은 오전부터 문을 열고 직원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쯤 문을 닫지만, 이곳은 학생들의 하교 시간인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초등학교가 쉬는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운영된다. 일요일과 월요일, 법정공휴일은 휴무다.

청소년 지도사와 시설관리자 등 전담인력 2명도 상주한다. 청소년 지도사는 학업이나 진로에 대한 상담과 프로그램 운영을 병행하고, 시설관리자는 안전 등 이용 편의를 돕는 역할을 한다.

‘재미나 zip’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달 29일 개소 이후 하루 평균 50~60명의 청소년들이 찾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11세와 8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신정미씨(38)는 “취미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고, 전담 선생님이 있어서 안심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북구는 독서 모임, 문화 체험 등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청소년 자율공간 자치단을 구성하고 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목소리를 듣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시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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