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서 다극 체제로 전환”… ‘메가 지자체’ 탄력 [TK 통합 자치단체 출범]

김덕용 2024. 6.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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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 회동’서 로드맵 제시
홍준표 “지방행정체제 개편 계기”
이철우 “균형발전·저출산 등 해결”
우동기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
양측 인구 500만·면적 2만㎡ 육박
중복기관 없애 효율성 극대화 기대
통합 명칭 등 ‘미묘한 기류’ 감지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인구 약 492만, 면적 1만9919㎢의 거대 자치단체가 탄생하게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7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모임에서 “수도권은 과밀화로 각종 폐해가 심각하지만, 지방은 소멸을 걱정하는 실정”이라며 “수도권 1극 체제로는 저출생, 지방소멸 등을 해결할 수 없기에 충청, 호남,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 500만명 이상의 시·도 통합을 통해 다극 체제로 개편해 지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홍 시장이 행정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바꿔 적극 통합을 주장해 매우 다행스럽다”고 화답했다.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만들어지면 중복 기능을 하는 기관들이 통폐합되고, 행정체계가 단순화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주장도 대구·경북 통합론에 힘을 싣고 있다. 통합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 각지 행정체계 개편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기투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4자 회동에서는 연내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6년 7월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뉴시스
이 지사는 행정통합 논의가 재점화된 지난달 17일 이후 ‘연방국가의 주(州) 정부 수준’의 대폭적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국방·외교 등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권한을 지방이 갖고, 지방정부가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도 이 지사는 단순한 통합이 아닌 ‘완전한 자치권’이 부여된 질적 통합이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통합의 기본 방향으로 양 광역단체의 ‘합의에 기초한 통합’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도는 올해 연말까지 대구·경북 500만 시·도민이 공감하는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통해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통합 자치단체의 미래상도 연내 구체적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이들은 조만간 2차 회동을 열어 세부 안건을 조율하기로 했다.
통합이 합의되면 두 광역단체는 2026년 6월에 있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여기엔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의 통합 방식과 행·재정적 특례, 발전방안 등을 담은 법률을 마련해 국회 통과까지 염두에 둔다면 늦어도 내년에는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합 데드라인은 늦어도 2026년으로 잡아야 한다. 그때 지방선거가 있다”며 “지방선거 후 다시 지자체장, 시·군·구청장 등이 재편되면 논의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특정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의 반대가 통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9년 이 지사와 당시 대구시장이었던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대구·경북 통합을 추진했을 때도 일부 지역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 추진을 위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관련 특별법 초안까지 만들었지만,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종 보고를 진행한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다가 2022년 홍 시장이 취임하면서 중단된 바 있다.

앞서 연합 형태의 메가시티를 추진하던 부울경 특별연합 역시 인구 1000만명의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출범을 눈앞에 둔 2022년 9월 지자체 간 이견으로 무산됐다.

2010년 경남 창원시와 마산·진해시가 통합해 창원시로,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쳐져 청주시가 된 경우처럼 기초자치단체 통합 사례는 있지만, 대구·경북 같은 광역단체 간 통합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구·경북 통합 명칭 등을 두고 미묘한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홍 시장은 통합 명칭을 ‘대구직할시’로 표현했는데, 이 지사는 “시·도 통합 명칭, 청사 위치 등 민감한 사항은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바 있다.

지난달 13일 출범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의 역할도 주목된다. 자문위는 6개월 이내에 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한 정부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구=김덕용 기자,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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