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정부, 여가부 폐지 철회하고 장관 임명하라”
성평등 정책 퇴행에 우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철회하고 100일 넘게 공석인 여가부 장관을 지체 없이 임명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9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심의한 결과가 반영됐다. 위원회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국가를 대상으로 협약 이행 상황을 심의한다. 한국은 1984년 12월 가입해 4년마다 관련 분야의 정책 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해왔다.
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안과 장관 임명 실패, 예산 축소, 여성 정책 퇴행에 우려를 표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조항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여가부 폐지 조항이 담겼는데 이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위원회는 “더 이상 지체 없이 장관을 임명하고 어떠한 조직 개편에서도 여가부의 기능을 유지하라”고 했다. 이어 “여가부가 모든 정부 부처에서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인적·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대폭 확충”할 것도 권고했다. 성 주류화란 성평등 관점에서 정부·공공부문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위원회는 “통합적인 성인지 예산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여성 권리 증진을 위해 예산을 충분히 할당하라”고 했다.
위원회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도 권고했다. 위원회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부부 강간 등 합의되지 않은 모든 성적행위를 포괄하는,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가 없는 성적행위를 강간으로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 유무’가 아니라 ‘동의 여부’로 판단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법무부 반대로 9시간 만에 철회했다. 위원회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관행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형법 낙태죄 조항이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잃은 뒤에도 임신중지가 국민건강보험 미적용 대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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