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부 역할은 中企·소상공인 자생력 키우게 마중물 붓는 것” [세계초대석]

권이선 2024. 6. 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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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취임 후 현장으로 ‘우문현답’ 행보
中企 생산성 둔화·소상공인 경영 애로
어려운 상황 속에 현장 곳곳 ‘힘과 긍정’
中企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어 문제
기업승계특별법 연내 발의 목표 추진
‘소상공인 지원 종합 대책 TF’도 발족
소상공인 사업장 소기업 ‘점프업’ 중요
자생력 갖춘 로컬크리에이터로 활성화
글로컬 상권·골목형 상점 확대 등 계획
어느 정권에서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최우선 어젠더였고 윤석열정부에서도 그렇다. 중소·소상공인이 한국 경제 근간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어서다. 그렇게 재원을 쏟아붓고, 각종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책과 정치 모두가 현실과 들어맞지는 않았다. 근본적 대안과 장기적 관점은 실종됐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엇박자 정책이 경영 환경을 경직시켰다. 그 결과로 점점 더 양극화하고, 역동성이 고꾸라진 게 지금 우리 경제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오영주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에 주 52시간제까지 겹쳐 일할 사람이 없는 데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온라인 중심의 유통시장 변화로 전통 상권은 무너져가고 있다. 탄소중립정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와 규정이 애매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도 부담이다.

지난해 12월29일 취임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들 악재를 돌파할 답을 현장에서 찾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소상공인, 뿌리산업, 전통시장 등 전국 각지 현장서 부르면 그가 달려간다. 휴일에 혼자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후보자 시절 강조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행보다.

답은 정말 현장에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 현장 곳곳에 민생 경제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힘과 긍정이 있더라고요. 지난달 경동시장에서 청년 소상공인들과 만났는데, 쇠퇴하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청년들이 사업을 디지털화하고 밀키트를 팔면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정부 주도로 이뤄질 수 없어요. 청년 소상공인 모두 하나같이 ‘자생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했죠.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시장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기업 역량이 닿지 않거나 정부가 꼭 나서야 하는 부분에 마중물을 부어주는 것”이 오 장관이 현장에서 찾은 답이었다.

오 장관은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서 기업과 소상공인이 생존을 넘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곧 발표될 소상공인 지원 종합대책과 연내 목표로 제정을 추진 중인 기업승계 특별법 등이 그중 일부다.

오 장관을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주요 문답.

―취임 5개월이 지났다. 하반기 중점 과제는.

“장관 취임 이후, 정책수요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매주 2회 이상 현장을 방문해 왔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성장성과 혁신성은 박스권에 갇혀 있고 생산성은 대기업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러 가지 개선이 필요하지만, 먼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둔화됐고, 기업의 성장 사다리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한정된 내수시장을 고려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의 당당한 경쟁이 필요하나, 많은 중소벤처·소상공인은 내수시장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 현장은 고령화되고 인재 유입은 어려워 지속가능성이 우려되고, 여기에 경기회복까지 지연돼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가 많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중소기업 도약전략’이 지난 4월 나왔고, 글로벌화 지원이나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를 통해 현장에서 작은 변화라도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기관·협업 부처와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 중소기업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성장하고 혁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승계가 돼야만 가능한데, 지금 적절한 기업승계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35만여개 기업이 폐업할 수 있다. 우리 경제 뿌리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연내 발의를 목표로 기업승계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직구 금지’ 규제를 섣불리 내놨다가 비판받았다.

“소비자 안전을 위한 대책이었고, 그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보호가 되어야 한다. 다만 중기부 입장에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는 가격 경쟁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해외 판로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금도 중기부는 우수한 제품을 발굴해 아마존, 큐텐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도록 마케팅, 컨설팅 등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고 라이브커머스,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해외 온라인 판매지원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250개사 온라인 수출을 지원해 3882억원 수출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 상품을 더 많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내보낼 수 있도록 국내 플랫폼에 올라온 제품들 일부를 아마존 등 직구몰에 가게 하는 루트를 만들기 위해 내부 작업을 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타격이 특히 크다.

“지속하는 고물가·고금리 대응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소상공인 지원 종합대책 TF’를 발족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달 중에 발표할 종합대책에는 저리의 정책자금 확대 공급이나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라이프스타일 혁신기업인 ‘라이콘’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마련, 기업가형 육성체계 고도화 등 관련 법 제도 및 지원체계도 정비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 등 다 합쳐서 총 770만명의 정책대상자 중 소상공인이 730만명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압정형 구조’를 안정적인 ‘피라미드 구조’로 변화시키기 위한 대책은.

“소상공인 사업장이 소기업으로 점프업하는 부분이 우리 성장 사다리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답은 우리 사회, 우리 주변에 이미 있다. 자생력을 갖춘 로컬크리에이터는 이미 시장·상권을 활성화하고 있고, 엄청난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 대전의 ‘성심당’이 대표적이다. 성심당의 성장 비결은 지역성을 갖고, 그 지역에서만 뿌리를 내리며 시민들과 호흡해왔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을 특색 있는 공간·제품으로 콘텐츠화하고, 다양한 공간·콘텐츠를 결합해 국내외 유동인구를 유입시킨다면 지역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된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광장시장·경동시장처럼 특색 있는 시장이 아니고는 어렵다. 멀리에서라도 찾고 싶은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디지털화하여 자생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로컬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지역 자원을 활용한 글로컬(glocal) 상권 육성, 골목형 상점가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상권기획자, 상권발전기금 등의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민간주도의 골목상권 활성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한정된 내수시장을 고려할 때, 중소벤처·소상공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필수다.

“주베트남 대사 시절 때나 해외에 나가 보면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현지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대사관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파악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앞으로는 중소기업 정책을 대사관에서 활용하고,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교부와 화학적 결합을 일으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간 중기부는 외국정부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했으나,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는 부재한 상황이었다. 중소·벤처분야 협력 성과를 정기적·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협력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경제외교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국과 중소벤처 분야 협의체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우선 해결과제로 ‘주 52시간 적용 유연화 등 근로시간제도 개선’과 ‘중처법 처벌 방식 개선 및 의무 명확화’를 꼽았다.

“중소기업인·소상공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법 자체를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인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사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 설문조사에서 중처법 의무 준수를 하지 못했다는 기업 비율이 전체 77%를 차지했다. 적용 대상과 범위를 따지는 게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기업체가 중처법 대상이 되는지 모르는 곳도 많다. 의무 명확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현장의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경영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964년 마산(현 창원) ●1986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1988년 제22회 외무고시 합격 및 외무부 입직 ●1995년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학 석사 ●2000년 주후쿠오카 영사 ●2007년 주중참사관 ●2013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2015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2017년 다자외교조정관 ●2020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소장 ●2022년 주베트남 대사 ●2023년 외교부 제2차관 ●2023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담=나기천 산업부장, 정리=권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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