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홍남기 전 부총리,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축소”
2060년 전망치 최종 ‘81%’
홍 “당시 최선의 판단 노력”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홍남기 전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감사원이 4일 밝혔다. 국가채무비율 급증비판을 우려해 당초 세 자릿수로 전망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81.1%로 낮췄다는 게 골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0년 7월16일 사전 시뮬레이션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153.0%(1안), 129.6%(2안)로 나타났다는 장기재정전망을 홍 전 부총리에게 보고했다. 홍 전 부총리는 “129%의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면서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지시한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했다.
홍 전 부총리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에 연동한다’는 핵심 전제를 ‘총지출(의무지출+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100%에 연동’하는 것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재정기획심의관이 전제를 변경할 경우 ‘재량지출 증가율이 음수(재량지출 감소)인 구간이 나타난다’고 우려하자, 홍 전 부총리는 “재량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정부가 충분히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재차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재정전망 발표를 책임진 나주범 당시 재정혁신국장(현 교육부 차관보)은 그해 8월19일 협의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 전 부총리 제안대로 전망·전제 방법을 임의로 바꾼 뒤, 이렇게 산출된 국가채무비율 전망치인 81.1%를 홍 전 부총리에게 보고했다. 나 차관보가 적용한 전제는 미래 정부의 지출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제한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장기재정전망의 원칙과 취지에 위배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홍 전 부총리는 이후 이 전망치를 승인했고, 그해 9월2일 최종 발표해 국회에 제출했다.
감사원이 조세재정연구원과 다시 장기재정전망을 한 결과에 따르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48.2%였다. 감사원은 “홍 전 부총리는 외부 비판 등을 우려해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축소·왜곡함으로써 장기재정전망의 객관성·투명성 및 정부의 신뢰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장기재정전망의 조기경보 기능을 무력화해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지연될 우려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홍 전 부총리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장관으로서 재정여건, 국가예산 편성, 국가채무 수준, 국제적 대외 관계 등을 모두 감안해 가장 최선의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민서영·박상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한동훈 “이재명 당선무효형으로 434억원 내도 민주당 공중분해 안돼”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단독]“일로 와!”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한 극우단체···결국 재판행